올해 들어 인공지능(AI) 시장의 급격한 상승세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이와 관련된 버블 우려가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잇따라 발표된 보고서들은 기술 기업 중심의 과열 양상이 금융 시스템 전반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최근 발표한 금융정책위원회 성명에서 “특히 AI를 중심으로 한 기술 기업의 주식 가치가 과도하게 상승했다”며, 이로 인해 시장이 급격히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평가는 블룸버그와 NBC뉴스가 동시에 보도한 보고서가 촉발했다. 두 매체는 엔비디아(NVDA), AMD(AMD) 등 주요 반도체 회사들이 AI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 스타트업들이 다시 해당 기업의 GPU를 대량 구매하는 소위 ‘순환 투자 구조’에 집중하며 시장 왜곡 현실을 조명했다.

특히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이끄는 xAI가 이 순환 구조에 또 다른 주요 참가자가 될 수 있다는 소식은 시장 우려를 키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xAI는 자사의 차세대 슈퍼컴퓨터 ‘콜로서스 2(Colossus 2)’ 구축을 위해 엔비디아로부터 최대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 설비에는 엔비디아의 GPU가 총 55만 개 탑재될 예정으로, AI 칩을 매개로 한 과도한 자금회전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순환 자금 흐름은 단순히 개별 기업 간의 이슈를 넘어, 기술주 전반의 주가 급등세를 설명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한 보고서에서 “만약 AI 투자 열기가 갑자기 꺼질 경우, 실물 경제에도 상당한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며, 현실적인 시장 위험을 부각시켰다.

민간 전문가의 분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전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인 제이슨 퍼먼(Jason Furman)은 최근 경제지표 분석을 통해 “2025년 상반기 미국 GDP 성장률의 92%가 AI 지출에서 비롯됐다”고 평가했다. 퍼먼은 “AI 붐이 없었다면 지금보다 더 낮은 금리와 전력 비용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전반적인 산업 전이 효과에 물음표를 던졌다.

AI 산업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실제 투자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지난 8월 MIT가 발표한 생성형 AI 프로젝트 수익성 분석 보고서는 나스닥지수를 1.2% 하락시켰고, 이는 오픈AI의 CEO 샘 올트먼(Sam Altman)이 한 인터뷰에서 “AI 시장이 현재 버블 국면일 수 있다”고 언급한 시점과도 맞물린다. 이 발언은 업계 리더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한편, 오픈AI는 2030년까지 현금흐름상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투자 기업들에게 자사 칩을 사용하는 조건을 부여하지 않는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투자와 제품 판매가 동시에 얽힌 구조에 대한 경계는 여전히 지워지지 않고 있다.

기술 중심의 주식시장이 AI를 축으로 고도화되는 지금, 거품의 존재 여부는 투자자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자들 사이에서도 치열한 토론의 대상이 되고 있다. AI의 실질적 가치가 명확해질 수 있는 시점까지, AI 버블 경고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