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이 자사의 AI 에이전트 개발 플랫폼인 ‘AI 에이전트 스튜디오(AI Agent Studio)’를 대폭 업그레이드하며 엔터프라이즈 고객을 겨냥한 AI 통합 전략을 본격화했다. 이번 발표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오라클 AI 월드(Oracle AI World) 행사에서 이뤄졌으며, 행사 전석이 매진될 만큼 시장의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
오라클은 기업들이 AI를 조직 내에서 안정적으로 운영할 시점이 다가왔다고 판단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거버넌스 강화, 보안성 제고, 관리 통제력 확충 등의 기능을 플랫폼에 추가했다. 오라클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개발 총괄 수석부사장인 나탈리아 라첼손(Natalia Rachelson)은 “2026년은 AI를 조직 내에서 본격적으로 실현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며, AI 도입에 있어 관리성과 예측 가능성을 강조했다.
AI 에이전트 스튜디오는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코드 작성 없이도 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왔다. 이번 업데이트로 실시간 모니터링 대시보드, 토큰 사용량 추적, 에이전트 행위 분석, 내장 평가도구 등 고급 기능이 추가돼 기업의 관리 효율이 한층 더 강화됐다. 이를 통해 사용자는 에이전트가 어느 지점에서 성공하거나 실패했는지, 어떤 프롬프트가 수정됐는지, 워크플로우에 인간 개입이 어디에서 이뤄졌는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기능은 ‘결정론적 에이전트 워크플로우(deterministic workflows)’의 도입이다. 기존 AI의 비결정적, 즉 예측 불가능한 성격을 제한하고, 정해진 순서대로 동일한 결과를 반복적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설계된 해당 기능은 AI 안정성 제고에 핵심 역할을 한다. 루프 구조와 분기 로직, 사람 중심 승인 절차 등도 통합돼 오라클 퓨전 애플리케이션과의 밀접한 연동을 이룬다.
이와 함께 자유로운 모델 선택도 가능해졌다. 오라클은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안트로픽(Claude), 코히어(Command), 구글(Gemini), 메타(Meta)의 LLM, 오픈AI(ChatGPT), xAI의 그록(Grok) 등 다양한 대형 언어 모델(LLM)을 지원함으로써, 사용자가 텍스트·영상 유형에 따라 유연하게 모델을 조합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비용 예측을 위한 토큰 사용량 모니터링 기능도 도입되어, 특히 GPT-4처럼 OCI에서 직접 구동되지 않아 추가 요금이 발생하는 모델에 대한 관리에도 유용하다.
AI 거버넌스도 강화됐다. 프롬프트 및 토픽 라이브러리를 신규 추가해 일관된 작업 수행을 가능하게 했고, 각 에이전트는 퓨전의 보안 규정과 접근 통제를 따른다. 예를 들어, 특정 직원이 속한 법인, 직무 코드, 관리자 신원 등 인사 정보 기반으로 민감한 재무·급여 정보에 접근할 수 없도록 제한된다.
시장 확대 전략의 일환으로 오라클은 이번 주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를 공개했으며, 동 플랫폼을 활용한 AI 전문가 3만 2,000여 명의 인증 네트워크도 함께 구축했다. 인증은 오라클 유니버시티 교육과 작업물 검수를 통해 엄격하게 이뤄지며, 현재 약 5,000개 고객사가 AI 에이전트 스튜디오를 시험 도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AI 분석기업 밸루아(Valoir)의 레베카 웨테만 CEO는 “오라클은 경쟁사들과 달리 에이전트 스튜디오와 AI 자체에 대한 별도 과금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실험과 도입 장벽이 훨씬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관찰성과 품질 평가 도구가 갖춰져 있어 AI 성능을 체계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으며, 프롬프트 관리 라이브러리를 통해 고객들의 신뢰 확보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라클은 이번 개편을 통해 AI를 단순한 실험 도구가 아닌, 신뢰성과 통제가 강화된 업무 중심형 플랫폼으로 끌어올리며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