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점차적으로 에이전트형 인공지능(agentic AI)을 자사 업무에 도입하면서, 그 기반이 되는 API 거버넌스 전략의 중요성도 함께 부각되고 있다. 기능 간 상호 작용의 표준화를 구현하고 서비스 소유권을 명확히 하려는 노력이 본격화되면서, API 중심의 시스템 구성은 이제 조직 혁신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미국 북미 지역을 담당하는 캡제미니 금융서비스 부문 리시 싱(Rishi Singh) 부사장은 최근 개최된 콩 API 서밋(Kong API Summit)에서 “에이전트형 AI 같은 신기술을 안정적으로 구현하기 위해선 API 구조가 정교하게 설계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기업들이 이른바 미들웨어 계층의 통합을 서두르고 있으며, 기존 시스템을 합리적으로 재구성하지 않으면 향후 AI 도입에서 더 큰 난관에 직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아직도 비즈니스 역량과 연결된 API 서비스들을 총망라하는 카탈로그 구축조차 완료하지 못한 상태다. 싱은 “기업 중 90% 이상이 자사 전체 서비스와 그것이 수반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자료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이 상태에서 에이전트 기반 AI를 도입하면 혼란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에이전트형 AI 확산과 함께 주목받는 것은 모델 커맨드 프로토콜(MCP, Model Command Protocol)과 같은 새로운 오픈소스 표준이다. 이 기술은 미래의 자율형 AI 시스템 구축에 필수적이지만, 아직 보안상 취약점이 존재해 광범위한 상용화에는 제약이 따른다. 싱은 "MCP는 높은 잠재력을 지닌 반면, 보안 취약점이 존재해 실제 프로덕션 단계에서는 현재로선 보완적 도구의 병행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도 기업들은 제3자 보안 도구와의 결합을 통해 제한적인 파일럿 워크플로우를 가동하며 실질적인 진척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 같은 점진적 접근 전략은 기술 채택 과정에서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시스템 안정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API 거버넌스는 단순한 시스템 최적화의 영역을 넘어, 에이전트 AI 도입을 위한 필수 기반 인프라로 재정의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속화된 상황에서, 기업들이 데이터 거버넌스와 보안 체계를 강화하고 API 중심 설계를 체계화하는 것이 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성패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