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미국의 수출 금지 조치를 우회하고, 엔비디아의 최신 칩을 이용해 차세대 AI 모델을 개발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자국산 고성능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움직임은 기술 통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미국 정보기술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은 12월 10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딥시크가 엔비디아의 최신 아키텍처인 ‘블랙웰’ 기반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천 개를 이미 확보해 AI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블랙웰 칩은 엔비디아가 올해 공개한 차세대 GPU로, AI 학습과 추론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최신 제품이다.
딥시크는 지난 2년간 동남아시아에 위치한 비중국계 데이터센터를 거점으로 삼아, 우회 방식으로 엔비디아 칩을 확보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에 따르면, 딥시크는 판매가 허용된 국가 내 공식 유통망을 통해 칩과 서버를 조달한 뒤, 현지에서 장비 설치와 검사를 거쳤다. 이후 해당 장비를 분해해 부품 단위로 중국으로 반입했고, 이를 다시 조립해 현지 데이터센터에 설치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방식은 ‘유령 데이터센터(Ghost Data Center)’라 불리며 수출 규제를 피해가는 일종의 편법 통로로 지목된다.
미국은 중국의 군사력 강화와 기술 굴기를 견제하기 위해 고성능 반도체의 수출을 제한하고 있으며, 특히 엔비디아의 최신 AI용 칩들에 대해 엄격한 통제를 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월 8일에 발표를 통해 이전 세대 칩인 'H200'(호퍼 아키텍처 기반)의 대중국 수출을 부분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지만, 블랙웰 및 향후 출시될 '루빈' 같은 최신 버전은 여전히 수출 금지 대상이라고 명확히 했다.
엔비디아 측은 이러한 밀반입 의혹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유령 데이터센터 건설이나 부품 밀반출에 대해 들은 바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자사 칩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능을 최근 개발했으며, 이를 통해 향후 칩 반출 경로를 보다 면밀히 감시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이 기능이 활성화되면 현재와 같은 밀반입 경로가 차단될 가능성이 커진다.
한편, 딥시크가 추진하는 차세대 모델 개발에는 추론 효율성을 높이는 ‘희소 주의(Sparse Attention)’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이는 텍스트나 음성 등 입력 데이터에 대해 AI가 전체 대신 일부 정보만 활용해 응답을 생성하는 방식으로, 처리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델 크기가 커짐에 따라 적용이 기술적으로 까다로워지면서 개발 일정에 차질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딥시크 창업자인 량원펑은 성능을 중시해 특정 출시 일정을 정하지 않았으며, 직원들은 내년 설 연휴 전까지 완성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향후 미국이 추진하는 대중국 기술 봉쇄가 얼마나 실효를 거둘 수 있을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지속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동시에, 중국 기업들이 제약을 우회해 고성능 AI 칩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 글로벌 AI 산업에서 미국과 중국 간 경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