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시되는 수많은 레이어2(L2) 블록체인이 웹3 업계의 과도한 분화(fragmentation)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비판은 지나치게 단편적인 시각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제미니가 발표한 기관투자자 보고서에 따르면, 이더리움 기반의 새로운 L2 솔루션이 평균적으로 약 19일에 하나꼴로 등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포화 상태에 도달했다며 반발하지만, 이는 마치 1998년에 웹사이트가 너무 많다고 말했던 주장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L2 블록체인의 등장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실질적인 산업 인프라의 진화다. 특히 도이체방크 같은 글로벌 은행, 게임 스튜디오, 물류 및 제조 기업들이 속속들이 L2 생태계에 진입하면서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25년 2월 기준 일부 L2 블록체인에서는 게임 트랜잭션이 전월 대비 20,000%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수익과 리스크에 민감한 대기업과 기관들이 기존 퍼블릭 블록체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독립적이고 특화된 L2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확장성과 맞춤형 성능, 예측 가능한 비용 구조, 규제 준수, 정교한 개인정보 보호 등의 요구 조건을 충족하려 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판단이라기보다는 산업적 필연이다. 현실적인 복잡성과 규제 부담을 감안할 때, 공유형 레이어1(L1) 네트워크는 실제 기업의 요구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가 페이스북, 넷플릭스 또는 JP모건이 지오시티즈에 서비스를 구축하지 않았던 것처럼, 웹3 역시 특화된 인프라를 필요로 한다.
모듈형 블록체인 기술과 롤업 서비스(Rollup-as-a-Service), 영지식증명(zk-Proof) 기술의 발전은 이러한 L2 구축을 더욱 손쉽고 경제적으로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이 맞춤형 L2 체인을 직접 출범시키는 움직임도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일례로 최근 이더리움 R1 L2 솔루션이 도입되는 등, L2 생태계는 기술적 진보와 함께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물론 L2의 증가로 인해 유저가 여러 체인 사이를 이동해야 하는 불편이나 유동성 분산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점차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공유 결제 계층, 신뢰 최소화 브리지(trust-minimized bridge), 계정 추상화(account abstraction)와 같은 기술은 체인 간 상호 운용성을 실현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사용자는 자신이 어느 체인에서 거래하고 있는지조차 의식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하드웨어 추상화를 통해 산업의 확장을 이끈 것처럼, 모듈형 블록체인은 자산 전송, 가치 주조, 프로그래머블 신뢰 등의 영역에서 대규모 확장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특화된 L2는 서로를 잠식하기보다는 수직 산업과 지역, 용도에 따라 공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고빈도 거래에 특화된 L2와 국가의 부동산 등기 시스템을 관리하는 L2가 공존할 수 있는 이유다.
결국 지금의 L2 확산은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수백 개의 L2 네트워크가 수천 개의 현실 산업 사례를 수용하며 하나의 모듈형 블록체인 생태계를 구성할 것이다. 특정 체인의 통합이나 '승자독식' 모델에 베팅하는 것은 확장성과 주권성(scalability and sovereignty)에 역행하는 접근이며, 진정한 미래는 다양성과 분산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