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의 핵심인 ‘프라이버시’가 범죄 은폐 수단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벤처캐피털 안드레센 호로위츠의 암호화폐 전문 투자 부문 a16z 크립토가 이에 반박하고 나섰다. 이들은 최신 암호 기술이 규제기관의 수사 역량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사용자 프라이버시를 충분히 보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a16z 크립토의 정책 파트너 에이든 슬레이븐(Aiden Slaven)과 규제 자문 데이비드 스베르들로프(David Sverdlov)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제로 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s, 이하 ZK 증명) 기술을 강조했다. 이들은 ZK 증명이 “가장 높은 잠재력을 가진 기술”이라며, 자금 출처를 증명하면서도 개인 정보는 노출하지 않는 방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ZK 증명은 사용자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그 진위를 검증받을 수 있는 암호 기술이다.
이 같은 주장에는 최근 미국에서 열린 토네이도 캐시 사건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블록체인 기반 믹싱 서비스 ‘토네이도 캐시’의 공동 창업자 로만 스톰(Roman Storm)은 이달 초 무허가 자금 송금 서비스 운영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토네이도 캐시는 가상자산의 출처와 목적지를 숨길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토네이도 캐시에 대한 법집행기관과 검찰의 주장은 명확했다. 믹싱 서비스가 자금 흐름을 감추는 데 활용되며, 이는 범죄 수익을 합법적으로 세탁하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우려 속에서 a16z 크립토는 프라이버시 보호 기술이 범죄를 은닉하기 위한 수단과 반드시 동일시되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보고서에서 슬레이븐과 스베르들로프는 “사용자가 암호자산을 법정통화로 바꾸는 시점에서 ZK 증명을 활용할 수 있다면, 현금화 지점에서 암호화폐가 범죄 자금이 아님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다”며, 프라이버시와 규제 협조가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용자는 자신의 온체인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도 자산의 합법성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보고서는 암호화폐 프라이버시 기술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기 위한 시도로 평가받고 있다. a16z 크립토는 해당 보고서에서 블록체인 프라이버시가 단순히 사생활 보호를 넘어, 사용자 권리를 위한 핵심 요소임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블록체인 투명성이 범죄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개인의 프라이버시 권리를 침해해서도 안 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