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 시대, 규제 준수(Compliance)의 역할이 격변하고 있다. 국경과 관할권, 결제 방식, 프로토콜을 초월하는 암호화폐 산업은 더 이상 기존의 보고 체계나 체크리스트 위주의 규제 시스템으로 통제되기 어렵다. AI 기반 리스크 탐지와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이제 새로운 규범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금융 범죄 위협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에 대한 실제 대응 준비가 갖춰졌다고 여기는 기업은 23%에 불과하다. 불확실성은 커지는 반면 시스템은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24년 한 해 동안 암호화폐를 이용한 불법 거래 규모는 400억 달러(약 55조 6,000억 원)를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재 위반 탐지에 자신 있는 기업은 39%에 그치는 등 업계 전반의 대응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임베디드 컴플라이언스(Embedded Compliance)'— 즉, 시스템의 초기 설계 단계부터 규제 준수를 녹여 넣는 방식 — 이 부상하고 있다. 이제 관련 부서는 단순히 많은 대시보드나 경고 알림을 관리하기보다, AI가 사전에 리스크를 식별하고 맥락을 분석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AI는 지갑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고, 체인 간 이상현상을 탐지하며, 비즈니스 로직과 규제의 불일치를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 있다.
그러나 AI 중심의 준수 체계가 눈에 띄지 않게 작동하기 시작하면서, 사용자와 감독 당국은 '보이지 않는 시스템'에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묻기 시작했다. 실제로 규제 당국은 기업들이 AI 기능을 과장하는 행위에는 제동을 걸고 있고, 투자자들도 점차 모호한 주장을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기술적 효율성은 중요하지만, 체계 그 자체의 투명성도 필수다. 플랫폼은 AI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명확히 설명해야 하며, 이는 사용자뿐만 아니라 감독 기관의 신뢰를 유지하는 핵심요소다. 암호화폐 산업은 평판 리스크에 특히 민감하기 때문에, 예방이 곧 방어다.
AI 기반 준수 체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코드 개발이 아닌 규칙 중심의 아키텍처 설계가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많은 플랫폼은 제재 탐지, 비정상 지갑 식별, 경고 생성 등의 기능을 따로따로 개발해 통합성이 부족하다. 각 요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AI가 지속적으로 더 나은 판단을 내리는 기반이 마련된다.
일부 기업은 이미 모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예컨대 한 블록체인 보안 기업은 최근 주소 오염(Address Poisoning) 공격을 97%의 정확도로 탐지하는 AI 시스템을 공개했는데, 이 도구는 체인 간 행동 데이터까지 분석한다. 또 여러 발행사들은 거래 인프라에 직접 위험 분석, KYC, 모니터링 기능을 꿰맞추고 있으며, 일부는 사용자 신원을 노출하지 않고도 규제 준수를 검증할 수 있는 영 지식 증명(Zero-Knowledge Proof, ZKP) 기술도 도입하고 있다.
디지털 금융에서 컴플라이언스는 더 이상 별도의 기능이 아니다. 처음부터 지능형 판단력이 내장된 구조, 이를 통해 더 빠르고 정확하게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이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통합된 모델, 명확한 로직, 그리고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AI는 금융 시스템을 자동으로 준수하게 만들진 않는다. 그러나 AI는 이런 시스템이 점점 더 복잡해지는 규제 환경 속에서도 위협을 예측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신뢰 가능한 컴플라이언스 툴의 역할을 하도록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