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Ripple)과 연관된 암호화폐인 XRP의 소각률(Burn Rate)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소각률 하락은 일반적으로 거래량 저하와 직결되며, 이는 최근 XRP 가격의 반등 정체와 맞물려 우려를 낳고 있다. 트랜잭션 수수료 수준이 낮게 유지되면서, XRP의 디플레이션 효과 역시 미미한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암호자산 데이터 분석기업 크립토퀀트(CryptoQuant)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월 21일 기준 XRP의 일일 소각량은 약 741개로 집계돼, 두 달 전인 8월 8일 기록된 4,506.9개 대비 84%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와 2분기에는 하루 평균 2,500~8,300개 수준의 XRP가 소각되며 견조한 온체인 활동을 유지했으나, 3분기 들어 이 같은 흐름은 급격히 꺾였다. 특히 9월 21일엔 하루 소각량이 163개에 불과해 사실상 ‘전무’ 수준까지 떨어졌다가, 9월 26일 잠시 749개로 반등했지만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소각률은 트랜잭션 활동의 직관적인 지표이자, 토큰 공급량 축소를 통한 가격 압축 효과와도 관련돼 있다. 현재처럼 소각량이 줄어들면 전반적인 공급 감소 속도가 더뎌져 가격 상승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당시 XRP 가격은 전일 대비 0.6% 하락한 2.40달러(약 3,336원)를 기록했으며, 최근 일주일과 한 달 기준으로는 각각 3.27%, 15.54% 하락했다.
투자자와 분석가들은 XRP의 다음 강세 구간을 3달러(약 4,170원) 선으로 보고 있으나, 최근처럼 거래량과 소각률이 동반 감소할 경우 이 기대는 현실화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XRP는 하락 추세선 아래에서 ‘낮은 고점’ 패턴을 보이고 있으며, 이 흐름이 지속된다면 2달러(약 2,780원) 지지선 테스트 가능성도 제기된다. 또한, 현재 속도라면 XRP 전체 유통량의 10%를 소각하는 데도 100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점은 시장에 부정적 시그널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XRP 소각률이 상승했던 시점에는 두바이 당국의 RLUSD 스테이블코인 승인 등 긍정적인 파트너십 발표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엔 비트코인(BTC)이 11만 달러(약 1억 5,290만 원)를 돌파하면서 시장의 관심이 대형 자산으로 쏠렸고, XRP 기반 활동은 상대적으로 위축된 모습이다.
XRP의 향후 반등 여부는 소각률 회복 및 거래 활성도의 반등에 달려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기술적 지표뿐 아니라 거시적 환경과 규제 흐름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