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검증 노드 운영자 중 유럽 내 최대 규모의 지분증명(PoS) 서비스 기업 중 하나인 킬른(Kiln)이 전격적으로 자사 이더리움 검증자 노드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최근 킬른의 파트너사 스위스보르그(Swissborg)가 해킹 공격을 받아 약 1억 5,000만 원(41만 달러) 규모의 피해를 입은 사건 직후 내린 조치다. 이번 결정으로 이더리움 검증자 대기열이 상당히 길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킬른은 9일 공식 발표를 통해 “자산 보호 강화를 위한 추가적인 사전 조치의 일환으로 운영 중이던 이더리움 검증자에서 전면 철수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검증자 수나 스테이킹된 이더량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철수 절차에는 최소 10일에서 최대 42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슬로 사보(Laszlo Szabo) 킬른 공동창립자 겸 CEO는 “인프라 구조에 일말의 위협 요인이 감지된 이상, 검증자 철수는 당연한 수순”이라며, “현재 고객 자산은 모두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으며 서비스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이더리움 검증자 출구 대기열에는 새롭게 70만 ETH(약 1조 8,200억 원)가 추가됐다. 이는 해킹 사고의 여파가 이더리움 네트워크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한편, 문제의 발단이 된 스위스보르그 해킹 사건은 9월 8일 발생했다. 해커들은 제3자 API 키 유출을 이용해 스위스보르그의 운용 자산 중 솔라나(SOL) 등을 포함한 일부 암호화폐를 탈취했다. 전체 피해액은 약 1억 5,000만 원(41만 달러) 규모로, 이는 스위스보르그 운용 자산의 1%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스위스보르그 측은 피해를 입은 모든 고객에 대해 전액 보상을 약속했다. 현재 사고 원인 분석과 보안 강화가 진행 중이며, 후속적인 내부 통제 개선안도 마련되고 있다.
킬른의 이더리움 검증자 이탈이라는 전례 없는 결정은 PoS 시스템의 보안 민감도를 다시 한번 환기시키고 있다. 특히 대형 스테이킹 업체가 자체 인프라에 의혹만으로도 가동을 중단하는 사례는, 네트워크 생태계 전반의 리스크 관리 기준을 한층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