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자산운용사 그레이스케일이 이더리움(ETH)과 솔라나(SOL) 기반 상장지수상품(ETP)에 스테이킹 기능을 처음으로 도입하면서 월가에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제도권 접근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조치는 기존 전통 금융 계좌를 통해 직접 스테이킹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첫 사례로, 추후 암호화 자산 기반 금융상품의 확산을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그레이스케일은 총 운용자산 규모 약 490억 달러(약 68조 1,000억 원)에 달하는 글로벌 최대 디지털 자산 투자사다. 이번에 스테이킹 기능을 활성화한 상품은 그레이스케일 이더리움 트러스트 ETF(ETHE)와 이더리움 미니 트러스트 ETF(ETH) 두 개로, 미국 내 상장 스폿 기반 암호화폐 ETP 중 처음으로 스테이킹이 허용됐다. 아울러 그레이스케일 솔라나 트러스트(GSOL)도 스테이킹 기능을 활성화하고, 거래소 거래 상품으로 전환하기 위한 승인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요청한 상태다.
크립토 전문 기자 엘리너 테릿은 자신의 SNS를 통해 "오늘 월가는 암호화폐에 있어 빅데이(Big Day)"라 평가하며, 이번 변화가 제도권 채널에서의 암호화 자산 운용에 '스테이킹 수익'이라는 새로운 수익 모델을 연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GSOL이 추후 정식 상장 ETP로 승인받는다면, 스테이킹이 가능한 최초의 솔라나 기반 ETP가 생기게 된다.
다만 이들 상품은 '투자회사법(Investment Company Act) 제40조'에 등록돼 있지 않은 ETP라 규제 장치나 투자자 보호 수준이 일반 ETF에 비해 다를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레이스케일은 미리 SEC에 관련 등록 서류를 제출한 상태로, 향후 제도권 내 암호화 자산 투자 상품에 대한 규제가 점차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블랙록, 피델리티, 프랭클린템플턴 등 주요 기관들이 이더리움 ETF에 스테이킹 기능을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지난달 SEC는 관련 승인 결정을 연기한 바 있다. 그레이스케일이 이에 앞서 시장 문을 연 셈이다.
ETF 업계 전반으로도 암호화폐 기반 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노바디우스웰스(Novadius Wealth)의 대표 네이트 제라시는 지난 10월 4일 하루에만 30개 이상의 암호화폐 ETF 신청이 SEC에 제출됐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몇 달 간 상상 가능한 모든 형태의 암호화 ETF가 쏟아질 것"이라고 덧붙이며, 제도권과 암호화폐 시장의 교차점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