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뮤다가 핵심 금융 인프라를 스텔라(Stellar) 네트워크로 옮기겠다고 밝히며, 크립토 업계가 오래 기다려온 ‘실사용 채택’ 사례가 등장했다. 단순한 시범사업이 아니라 정부가 실제 결제와 금융 서비스를 온체인으로 전환하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스텔라 개발재단과 버뮤다 정부는 현지 시각으로 12일, 섬나라의 결제·금융 서비스 인프라를 스텔라 네트워크로 단계적으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버뮤다는 올해 초 세계경제포럼에서 먼저 공개한 계획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의 ‘완전한 온체인 국가경제’로 가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번 구상의 배경에는 높은 카드 결제 수수료가 있다. 버뮤다의 지역 상인들은 현재 3%에서 5% 수준의 결제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으며, 일부 업종은 10%에 가까운 비용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디지털 자산과 스텔라 기반 인프라를 활용하면 수수료 부담을 낮추고, 그만큼 더 많은 자금이 지역 경제 안에서 돌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계획이 현실화되면 버뮤다 주민들은 스텔라 월렛을 통해 급여를 받고, 상점 결제를 하며, 정부 수수료를 납부하고, 디지털 자산을 송금하는 방식까지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정부 기관은 먼저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시스템을 시범 도입하고, 금융기관에는 스텔라의 규제 친화적 환경을 활용한 토큰화 도구가 제공될 예정이다.
버뮤다가 이 같은 실험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제도적 기반도 있다. 버뮤다는 2018년 ‘디지털 자산 사업법’을 도입하며 비교적 이른 시기에 디지털 자산 규제 틀을 마련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규제 명확성이야말로 온체인 금융 확산의 핵심 조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스텔라는 그동안 투기성 블록체인보다 ‘규제된 금융 인프라’라는 이미지를 강조해 왔다. 앞서 마셜제도에서는 스텔라 기반 프로그램이 전국 단위의 온체인 기본소득 지급에 활용되기도 했다. 이번 버뮤다 사례는 그 흐름을 한 나라 전체 경제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원달러 환율이 1달러당 1,491.20원까지 오른 가운데, 국경 간 결제와 정산 효율을 앞세운 블록체인 인프라의 경쟁력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다만 ‘온체인 국가경제’가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자리 잡을지는 제도 정비와 민간 사용성 확보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버뮤다의 실험은 크립토 채택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