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달러화 디지털 채권을 국내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발행하면서, 전통적인 채권 조달 방식에 디지털 금융 인프라를 접목하는 시도가 본격화됐다.
KB국민은행은 10일 2년 만기, 1억달러 규모의 디지털 채권을 발행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채권은 채권의 발행부터 등록, 거래, 결제까지 전 과정을 블록체인 기반 시스템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기존 채권 시장보다 결제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고, 중간 처리 절차를 단순화해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핵심 특징으로 꼽힌다. 쉽게 말해 종이 서류와 여러 기관의 수작업 확인에 의존하던 절차를 디지털 장부로 옮겨 거래 속도와 정확성을 높이는 구조다.
이번 발행에는 HSBC가 단독 주간사로 참여했다. 채권은 HSBC의 디지털자산 플랫폼인 오리온을 통해 발행됐고, 홍콩금융관리국 산하 중앙예탁결제기구인 시엠유가 운영하는 청산·결제 시스템과 연계됐다. 주간사는 채권 발행 조건을 설계하고 투자자 모집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는 기관이다. 중앙예탁결제기구는 증권을 안전하게 보관하고 거래 이후 결제를 마무리하는 핵심 인프라다. 이런 해외 금융망과 연결했다는 점은 국내 은행이 디지털 채권을 단순 실험이 아니라 실제 국제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의미가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번 발행의 의미를 블록체인 기반 자금 조달 경험 확보와 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 가능성에서 찾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단순 연구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자본시장 거래에 적용해 운용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자 측면에서도 익숙한 글로벌 금융기관과 결제 체계가 결합하면 디지털 채권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도 블록체인 기술이 미래 금융 인프로 주목받는 가운데 이를 실제 자금 조달에 적용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금융권에서는 최근 토큰화 증권과 디지털 채권처럼 기존 금융상품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재구성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비용 절감과 거래 효율 개선, 해외 투자자 유치 확대라는 기대와 맞물려 있다. 다만 관련 제도와 시장 관행이 아직 빠르게 정착하는 단계인 만큼 발행 사례가 얼마나 꾸준히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은행권의 외화 조달 방식과 디지털자산 시장의 제도화 논의에 영향을 주면서, 실제 금융 인프라 전환 속도를 가늠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