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가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금품 수수 의혹과 관련해 본격적으로 움직였다. 하지만 김 여사의 신분은 여전히 '참고인'이다.
이번 수사의 핵심은 통일교와 관련된 고가 선물이 대통령 부부에게 실제로 전달됐으며, 이 과정에 암호화폐를 매개로 한 자금 흐름이나 ODA(공적개발원조) 정책 결정에 영향을 준 정황이 담겨 있는지 밝히는 데 있다.
검찰은 대통령 부부가 머무는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압수수색 영장에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 씨가 피의자로 적시됐다는 부분이다. 그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대통령 배우자인 김 여사에게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명품 가방을 전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들여다보는 쟁점 중 하나는 이 선물들이 단순한 증정품이 아니라, 캄보디아 ODA 사업 지원 요청과 연결된 '청탁'의 일환이었는지다. 실제로 윤 씨가 선물을 전달한 시점과 정부가 캄보디아 차관 한도를 기존 7억 달러에서 15억 달러로 두 배 넘게 확대한 시점이 겹친다.
이 시기에 대통령이 캄보디아를 방문했고, 김 여사가 운영했던 전시 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후원기업이었던 희림종합건축사무소도 정부 ODA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황이 암호화폐 통한 자금 흐름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김 여사가 직접 수사의 대상인 피의자가 아닌 참고인 신분에 머무는 이유는 뚜렷한 혐의점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거나, 현행 청탁금지법이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향후 추가 단서가 확보된다면 신분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해도 처벌 규정이 없어 기소는 어렵다"면서도, "대통령이 선물의 실제 수수자라는 사실이 확인되면 김 여사를 공범으로 볼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김 여사는 2022년에도 최재영 목사에게서 명품 가방을 받는 장면이 영상으로 공개되며 논란이 일었지만, 당시에도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 없음'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이번에도 비슷한 결론이 나올지, 아니면 암호화폐 흐름과 ODA 청탁 의혹이라는 새로운 실마리가 결정적 변수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