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앙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DePIN)가 암호화폐 산업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현지시간) 크립토슬레이트에 따르면, ReNRG 공동창립자 루치르 푼자비(Ruchir Punjabi)는 기고문을 통해 암호화폐 산업이 채굴 중심의 '작동 증명(Proof of Work)' 시대 이후에도 여전히 에너지 과잉 소비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해당 문제의 해답을 제공할 수 있으며, 그 중심에는 탈중앙 물리 인프라 네트워크(DePIN)가 있다고 주장했다.
DePIN은 디지털과 물리 세계를 연결하는 구조로, IoT 기반 센서를 분산 설치해 전력망의 데이터 수집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전력망 연결이 느슨한 글로벌 남반구에서는 실시간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 어려운 과제였으며,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기존 전력회사 수준의 대규모 IoT 인프라가 필요했다. DePIN을 활용하면 개인이나 소규모 사업자가 직접 센서를 운영하며 네트워크에 데이터를 제공하고, 이에 대해 암호화폐 보상으로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개인이 태양광 패널에 투자하고 지역 운영자가 이를 관리하며, 생성된 전기를 인근 상점이 사용하는 구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때 스마트계약 기반으로 전력 거래가 자동화되며, 전력 생산량과 사용량, 수익 배분이 모두 투명하게 이루어진다. 소비자는 지구 반대편의 재생에너지를 토큰화된 전력 형태로 구매할 수 있게 되며, 이는 전통 전력망에서 요구되는 초기 자본과 기술 장벽 없이 에너지 확산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친환경 효과를 넘어, 에너지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의 경제적 자립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역 주민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동시에 판매자가 되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토큰과 노드 보유자는 네트워크의 주요 의사결정에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DePIN의 도입에는 여전히 초기 투자 비용과 기술적 난이도, 데이터 보안, 상호운용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존재한다. 규제가 미비한 국가에서의 개인정보 보호 이슈도 중요한 요소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호화폐 산업은 기술 혁신과 자본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미 Filecoin Green과 같은 프로젝트는 탄소 중립, 더 나아가 탄소 네거티브를 목표로 블록체인과 에너지 효율을 결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DePIN이 대중화될 경우, 암호화폐는 단순한 금융 자산을 넘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며, 분산 기술이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의 민주화를 이끄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