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와 연동돼 가격 안정성을 갖춘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커졌다. 이제는 일반 암호화폐와는 다른 기준에 따라 별도의 규제 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열린 '자본시장 활성화와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기존 암호화폐와는 구분해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용자 보호를 확보하고, 외환 관리 사각지대도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2024년 3월 1천332억 달러에서 2025년 3월 2천373억 달러로 약 두 배 가까이 확대됐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테더(USDT), USD코인(USDC)처럼 달러 등 법정통화에 연동된 '통화준거형' 스테이블코인이 차지하고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이처럼 급성장한 스테이블코인이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거래 중개나 결제 수단으로 쓰이는 만큼, 체계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비자(Visa)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으며, 국내외 은행들도 관련 송금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해외에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발행자 파산 같은 리스크 상황에서 국내 이용자들이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발행인의 약속을 기반으로 거래되는 구조인 만큼, 그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법적 연결고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범죄에 악용하지 않도록 자금 세탁 방지 등 감시 체계도 글로벌 수준에 맞게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성격이 암호화폐 거래 수단인 동시에 결제 기능도 갖는 만큼, 향후 디지털자산 기본법과 전자금융거래법의 조화를 통해 규율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혔다. 특히 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외국환 규제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며, 통화 당국이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법령도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전통적인 암호화폐와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실생활에서도 점점 더 구체적인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 이제는 규제 체계도 이 변화에 맞게 발빠르게 따라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