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 수 없는 후원자로부터 실크로드 창립자인 로스 울브리히트(Ross Ulbricht)에게 약 43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BTC) 300개가 기부된 가운데, 해당 자금의 출처가 다크웹 마켓플레이스 알파베이(AlphaBay)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블록체인 분석 기업 체이널리시스(Chainalysis)는 이 기부가 이달 초 공개된 이후 블록체인 추적을 통해 송금 주소를 조사한 결과, 해당 지갑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운영된 알파베이와 연관돼 있다고 밝혔다. 실크로드의 후속격으로 알려진 알파베이는 한때 세계 최대 규모의 다크웹 암시장이었다.
필 라랫(Phil Larratt) 체이널리시스 조사 국장은 "기부된 금액 규모를 감안할 때 일반 이용자가 아닌 알파베이 초창기에 활동했던 주요 판매자의 소유 자금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정황은 해당 지갑이 과거 알파베이에서 대규모 활동을 벌인 사용자였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블록체인 탐정으로 활동 중인 잭엑스비티(ZachXBT) 또한 이번 송금이 실크로드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확인했다. 그는 트랜잭션의 흐름을 분석해, 해당 기부자가 다수의 믹싱 서비스를 이용해 자금의 출처를 의도적으로 감추려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암호화폐를 소액 단위로 나눠 따로 인출하는 수법은 불법 자금세탁 시 흔히 사용되는 전술이다.
잭엑스비티는 본인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정상적인 프라이버시 도구 대신 '잼블러(Jambler)'라는 의심스러운 중앙화 믹싱 서비스를 사용한 점도 이 기부가 깨끗하지 않다는 단서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익명성 지향 이용자들은 와사비(Wasabi)나 폐쇄된 사무라이(Samourai) 지갑 등 더 투명한 방식의 도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300 BTC(약 43억 원) 기부는 교도소에 수감 중인 울브리히트를 지지하는 일부 커뮤니티에서 ‘자유를 위한 연대’ 차원으로 해석됐으나, 자금의 출처가 불분명하다는 점에서 논란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현재 법 집행기관은 기부 자산의 추적에 주목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 수사로 이어질 가능성도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