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루블 연동 스테이블코인 'A7A5'가 제재 대상 거래소 가란텍스의 후속 플랫폼으로 알려진 '그리넥스(Grinex)'에서 핵심 거래 수단으로 급부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키르기스스탄에서 올해 2월 출시된 이후 지금까지 A7A5 약 93억 달러(약 12조 9,270억 원) 규모가 그리넥스를 통해 유통됐다고 보도했다.
그리넥스는 공식적으로 제재 대상이던 가란텍스와의 연결을 부인하고 있으나, 실제론 가란텍스 사용자들의 잔액이 신규 계정으로 이관되는 방식으로 연계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영국 블록체인 분석 기업 일립틱(Elliptic)의 공동창업자 톰 로빈슨(Tom Robinson)은 "가란텍스 서비스가 종료될 당시 미사용 잔액을 보유했던 사용자들이 그리넥스 계정을 새로 개설하면서 해당 잔액을 이전받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식은 미국 재무부가 가란텍스에 대해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 2,700만 달러(약 375억 원) 규모의 자산을 동결한 상황에서 우회 거래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을 낳고 있다.
A7A5는 현재 약 2만 4,000명의 보유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더스캔(Etherscan)과 트론스캔(Tronscan)에 기록된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유통 중이다. 코인게코(CoinGecko) 기준 시가총액은 1억 5,100만 달러(약 2,098억 원) 수준이며, 공급 수량은 약 1,200만 개로 확인된다. 하지만 현재 A7A5는 탈중앙화 거래소 유니스왑(Uniswap)에서만 거래되고 있어 거래 환경은 제한적이다.
또 A7A5는 루블 외에도 테더(USDT) 같은 주요 스테이블코인과 미국 달러로도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넥스의 텔레그램 채널에 따르면 거래쌍은 점차 확대 중이다.
러시아 및 인근국 중심의 규제 회피 및 자산 통제 우회 수단으로 스테이블코인이 활용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A7A5를 둘러싼 논란은 향후 정치적 이슈로도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임 도전에 나선 미국에서는 내년 미국 재무부의 대러 제재 기조 변화에 따라 이들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대응 조치가 달라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