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이 미국 금리 상승과 지정학적 불확실성이라는 이중 압박 속에 다시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주요 코인들이 일제히 하락하면서 ‘고금리 장기화’ 우려가 시장 전반을 짓누르는 모습이다.
18일 오전 9시 15분 기준 코인게코에 따르면 비트코인(BTC)은 24시간 전 대비 1.4% 하락한 7만7035달러에 거래됐다. 이더리움(ETH)은 3.1% 내린 2115달러, 바이낸스코인(BNB)은 1.3% 하락한 645달러를 기록했다. 리플(XRP), 솔라나(SOL), 에이다(ADA), 도지코인(DOGE), 수이(SUI)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도 동반 하락했다.
금리 상승·물가 재자극…위험자산 선호 위축
이번 하락의 핵심 배경은 미국 물가 지표와 국채금리 상승이다. 최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인플레이션 재확산 우려가 커졌고, 이에 따라 미 연준(Fed)의 금리 인하 기대가 다시 후퇴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6% 부근까지 상승했다. 이는 시장에서 자금이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가상자산은 ‘디지털 금’이라는 서사와 달리 단기적으로는 기술주와 유사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는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도 유사한 흐름이 반복됐다. 2022년 금리 급등기, 2023년 하반기 국채금리가 5%에 근접했을 때 모두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은 큰 폭의 조정을 겪었다. 이번 역시 같은 패턴이 재현되는 모습이다.
ETF 자금 유출·기관 수요 둔화
수급 측면에서도 부담 요인이 겹쳤다. 미국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는 지난주에만 10억달러가 넘는 자금이 순유출됐다. ETF 자금 흐름은 2024년 승인 이후 시장 방향성을 가르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았는데, 이번 유출은 기관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 심리가 강화됐음을 시사한다.
여기에 코인베이스 프리미엄이 마이너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는 미국 투자자들의 현물 매수 수요가 약화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업발 ‘매도 가능성’도 압박 요인으로 작용했다. 스트레티지(Strategy)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서 전환사채 재매입 재원 확보 방안 중 하나로 가상자산 매각 가능성을 언급했다. 실제 매각 여부와 관계없이 ‘잠재 매도 물량’으로 인식되며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전형적인 사례다.
지정학 리스크까지 가세…유동성 압박
중동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역시 시장에 부담이다. 통상 위기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대안 자산으로 부각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실제로는 글로벌 자산 전반이 동반 매도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
특히 지정학 리스크가 인플레이션 우려와 결합될 경우, ‘고금리 장기화’ 전망이 강화되면서 달러와 국채금리가 동반 상승하는 구조가 나타난다. 이는 가상자산 시장 유동성을 직접적으로 제약하는 요인이다.
일본, 제도권 편입 가속…중장기 변수
한편 일본에서는 가상자산 제도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니케이 아시아에 따르면 SBI증권과 라쿠텐증권은 규제 정비 이후 가상자산 현물 ETF를 포함한 투자신탁 상품 출시를 추진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가상자산을 금융상품거래법상 ‘금융 상품’으로 분류하는 법안 개정안을 승인했으며, 국회 통과 시 2027 회계연도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이는 미국과 유럽에 이어 제도권 편입 흐름이 확산되는 사례로 평가된다.
단기적으로 시장이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런 정책 변화는 기관 참여를 확대하는 중장기 재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공포 심리 확대…조정 국면 재확인
시장 심리도 위축됐다. 얼터너티브가 집계한 공포·탐욕 지수는 28을 기록하며 ‘공포’ 단계에 머물렀다. 이 구간은 과거 상승장 내 중간 조정 시기에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수준이다.
결국 이번 하락은 ‘미국 금리 상승 → 유동성 축소 → ETF 자금 유출 → 기관 수요 둔화 → 지정학 리스크’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조정 구조가 다시 작동한 결과로 볼 수 있다. 단기 변동성은 확대됐지만, 제도권 편입과 같은 구조적 변화가 병행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시장 방향을 가르는 변수로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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