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산자락의 고왕국 부탄에서 암호화폐 결제가 일상 속으로 조용히 스며들고 있다. 최근 바이낸스가 기획한 '크립토 투어'가 수도 팀푸와 인기 관광지 파로 지역에서 진행된 가운데, 관광객과 현지 주민이 암호화폐를 실제 결제 수단으로 활용하는 장면이 목격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포화된 도시가 아닌 조용한 산간 지역에서 디지털 자산이 상거래 도구로 자리잡는 장면은 이례적이다. 특히 창율 공원과 지역의 4성급 호텔에서는 수 개월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암호화폐 결제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었다. 이는 글로벌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가 자사의 결제 시스템 '바이낸스 페이(Binance Pay)'를 통해 부탄에서 암호화폐 상거래를 가능하게 만든 데 따른 변화다.
바이낸스는 지난 5월 7일 부탄의 디케이은행(DK Bank)과 손잡고, 바이낸스 계정만 있으면 항공권과 호텔 예약, 비자 발급, 지속가능 개발세(SDF), 심지어 길거리 간식까지도 비트코인(BTC), BNB, 테더(USDT) 등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바이낸스 페이는 이러한 기능을 이용자와 상점 모두에게 제공하며, 관광산업 중심의 부탄 경제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디케이은행 우겐 겔첸(Ugyen Gelchen) 은행장은 현재 약 1,000곳의 가맹점이 암호화폐 결제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선 실질적인 암호화폐 결제 확산의 징후로 평가된다. 특히 디지털화가 늦게 다가왔던 부탄의 사례는, 암호화폐가 인프라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결제 생태계를 구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모델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바이낸스 투어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親) 크립토 행보와는 결이 다르지만, 제도권 밖에서 암호화폐가 실생활에 깊이 스며드는 글로벌 흐름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공통된 맥락을 공유한다. 결제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일수록 암호화폐의 활용 가능성은 커지며, 이는 장기적으로 암호화폐 채택의 지리적 확산을 이끄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