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올해 암호화폐 이용자와 거래소를 정조준한 강화된 규제를 전격 도입했다. 자금세탁방지(AML) 체계를 중심으로, 전송 한도 설정과 대기 시간 요건까지 포함된 이번 개정안은 자국 내 디지털 자산 흐름을 본격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6월 28일, 터키 재무부 산하 금융범죄조사위원회(MASAK)는 관보를 통해 ‘일반 고시 제29호’를 발표하며, 암호화폐 서비스 제공업자(CASP)를 대상으로 한 새로운 법률상 의무사항을 명시했다. 해당 내용은 ‘금융 범죄 예방 관련 법률 제5549호’에 근거해 마련됐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송 지연 제도다. 모든 암호화폐 전송에는 최소 48시간의 대기 시간이 적용되며, 최초 출금의 경우 최대 72시간까지 대기해야 한다. 전송 시 이용자 실명은 필수이며, 최소 20자 이상의 전송 설명 기입도 의무화됐다.
또한 개인 간 전송에는 수량 제한도 추가됐다. 한 번의 전송은 최대 3,000달러(약 417만 원)로 제한되며, 일일 누적 전송 상한은 5만 달러(약 6,950만 원)다. 이와 더불어 CASP는 자체 리스크 관리 정책을 수립하고, 외부 기관을 통한 AML 체계 인증을 획득해야 한다. 의심 거래 탐지 및 신고 요건도 강화됐다.
일부 활동에 대해서는 조건부 면제가 허용된다. 시장조성(market making), 유동성 공급, 차익 거래 등은 개별 플랫폼 이사회 승인 시 예외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남용 시 즉각 자격 박탈과 함께 높은 제재를 받게 된다.
이번 조치는 터키가 최근 급증한 암호화폐 범죄 및 불법 자금 흐름 관련 우려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글로벌 암호화폐 채택률 상위권에 속해 있는 터키는, 지난 수년간 다수의 거래소 붕괴와 테러자금 유입 사례 등을 겪으며 제도적 정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MASAK도 국제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권고 기준에 보조를 맞추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사용자 경험 악화나 거래 위축 가능성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기관투자자 및 대형 기업의 유입을 촉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특히 유럽연합의 MiCA와 유사한 규제 체계 구축을 통해 터키가 글로벌 암호화폐 규제 허브를 지향하는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MASAK는 “이번 규제는 혁신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건전한 생태계 조성과 투자자 보호 그리고 국제 신뢰 확보를 위한 절차”라고 강조했다. 실시간 거래 감시, 신원 확인 체계, 전송 규제 등을 포괄적으로 갖춘 이번 법안은 터키 디지털 자산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이정표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