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열풍이 서학개미의 투자 성향도 바꿔 놓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이 그동안 집중적으로 사들였던 '매그니피센트 7(M7)'에서 손을 떼고, 눈길을 암호화폐 관련 종목으로 돌리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애플 대신 '비트코인 수혜주'를 골라 담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10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중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인 '서클 인터넷'으로, 약 52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어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약 466억 원)와 비트코인 대량 보유 기업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약 231억 원)가 2위와 5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암호화폐와 직접적으로 연결된 종목들이 투자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엔 미국의 정책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 정부 차원의 가상화폐 전략 비축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상원에서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통과시키며 긍정적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오는 14일부터 미국 하원은 일주일 간 '가상 자산 주간'으로 지정해 관련 법안 논의를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도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비트코인 가격은 10일 기준 개당 11만6천 달러, 원화로 약 1억 6천만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상호 관세 부과 시점을 연기한 영향도 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주 투자 흐름을 보면, M7 종목 중 국내 순매수 상위 20위권에 이름을 올린 건 메타(페이스북 운영사) 뿐이었다. 나머지 전통 대형 기술주는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 같은 흐름은 비트코인을 둘러싼 전망이 밝아지자 서학개미들 사이에서 디지털 자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미국 정부의 규제 완화 움직임이 투자자들의 신뢰를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한편 지난주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총 4,334억원어치 순매도했고,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천353억원 늘어난 반면, 투자자 예탁금은 3천480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