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암호화폐 법안 3건의 절차적 표결을 수요일(현지시간) 재추진할 전망이다. 전날 예정됐던 재표결이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반대 속에 전격 취소되면서 논의가 지연된 상태다. 이들은 법안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금지 조항 추가를 요구하고 있다.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은 "일단 수요일에는 법안 추진을 위한 절차 투표를 시도할 계획"이라며 "이들 암호화폐 법안은 백악관, 상원, 하원의 공통 정책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를 통해 보도됐다.
표결 대상으로는 스테이블 코인 규제 법안인 GENIUS 법안(Guiding Uniform and Improving Standards Act), CBDC 금지법안으로 불리는 Anti-CBDC Surveillance Act, 암호화폐 시장 구조 전반을 다루는 CLARITY 법안이 포함돼 있다. 공화당 일각에서는 이 세 가지 법안을 병합해 처리하거나 GENIUS 법안을 수정해 포함시키자는 주장이 나왔다.
하지만 존슨 의장은 "각 법안은 순차적으로 처리해야 한다"며 "모든 법안을 묶어 상정할 경우 상원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공화당은 이른바 '암호화폐 주간(Crypto Week)'을 선언하고 8월 의회 휴회 전 관련 법안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편, 민주당은 맞불격으로 '반(反)암호화폐 부패 근절 주간'을 발표하며 반대 여론을 키우고 있다.
법안 추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공화당 원내대표 스티브 스컬리스와 앤드류 클라이드, 팀 버셋, 앤디 빅스, 일라이 크레인, 마이클 클라우드, 마조리 테일러 그린, 앤디 해리스, 안나 파울리나 루나, 스콧 페리, 빅토리아 스파르츠, 칩 로이, 키스 셀프 등 총 13명의 공화당 의원들은 화요일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같은 날 하원은 추가 논의 없이 본회의를 산회했다.
이들 반대표 의원들 가운데 일부는 투표 직후 SNS(엑스)를 통해 법안 자체에 반대한 것이 아니라, GENIUS 법안에 CBDC 명시적 금지 조항이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이들은 GENIUS 법안의 통과 조건으로 명확한 CBDC 금지를 요구하고 있다.
마조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GENIUS 법안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금지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고, 존슨 하원의장이 개정안 제출도 허용하지 않았다"며 "미국인은 정부가 통제하는 CBDC를 원치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법안의 내용뿐 아니라 입법 절차를 둘러싼 공화당 내 이견이 뚜렷한 상황에서, 수요일로 예정된 절차 투표가 본격적인 입법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