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가 비트코인(BTC) 투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버드 매니지먼트 컴퍼니(HMC)는 블랙록($BLK)의 비트코인 현물 ETF인 iShares Bitcoin Trust(IBIT) 지분 190만6,000주를 보유 중이다. 이는 약 1억 1,667만 달러(약 1,622억 원)에 달하는 규모로, HMC 전체 미국 상장 자산 포트폴리오의 8%를 차지한다.
하버드의 전통적인 투자 철학을 고려할 때, 블루칩 중심의 구성 속에 비트코인을 포함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이번 보고서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FT) 약 3억 1,000만 달러(약 4,309억 원), 아마존($AMZN) 약 2억 3,500만 달러(약 3,267억 원), 메타($META) 약 1억 2,000만 달러(약 1,668억 원), 엔비디아($NVDA) 약 1억 400만 달러(약 1,446억 원) 등 대형 기술주와 함께 비트코인이 동일 선상에 기록됐다.
눈에 띄는 점은 HMC가 금보다도 비트코인을 더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같은 기간 보유한 SPDR 골드 트러스트 지분 가치는 약 1억 200만 달러(약 1,417억 원)로, 비트코인 투자액에 못 미친다. 이는 하버드가 디지털 자산을 기존 안전자산 이상의 자산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버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암호화폐 투자에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에는 암호화폐 전문 벤처펀드에 자금을 투자했고, 2019년에는 스택스(STX) 토큰 세일에 참여한 정황도 SEC 문서에서 확인됐다. 더불어 2021년에는 거래소 계정을 통한 직접 매수 사례도 보도된 바 있다.
그동안 간접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던 디지털 자산 노출이 이제는 IBIT를 통해 공식화된 셈이다. 이번 투자는 단순 테마 접근이나 탐색적 시도가 아닌, 비트코인을 정식 자산분배 전략에 포함했다는 강한 신호다. 일종의 제도권 자본이 암호화폐를 재무적 자산으로 명확히 정립하고 있다는 흐름으로 해석될 수 있다.
13F 보고서는 미국 내 상장 증권에 한정된 자료이기 때문에 HMC 전체 포트폴리오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트코인이 이번 분기 보고서에서 상위 자산으로 등장한 것은, 하버드의 암호화폐 투자 전략이 단순 호기심을 넘어 본격화되고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