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텅 바이낸스 대표가 한국 기업들과 스테이블코인 등 협업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글로벌 가상자산 업계의 ‘한국 주목도’가 한층 높아지고 있다. 바이낸스가 보유한 국제적 네트워크와 사용자 기반을 활용해, 국내 기업과의 협력이 본격화될 경우 한국 디지털자산 산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텅 대표는 9월 8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한 블록체인 세미나에 참석해, 한국 기업들과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협력 대상은 현재로선 공개가 어렵다고 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려는 곳 입장에서, 바이낸스와 함께하면 상품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에 가치를 연동시킨 암호화폐로, 가격이 안정되어 결제와 송금에 적합한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텅 대표는 이와 관련해 “기존 은행 시스템을 활용하기 어려웠던 사용자들이 적은 비용으로 국제 송금이나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고 평가하면서, 글로벌 금융기관과 전자상거래 업체들 역시 스테이블코인 발행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환경”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최근 정부가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점진적으로 정비하고 있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명확한 제도와 규제 틀이 마련될 경우 개인 투자자뿐 아니라 기관 투자자들도 디지털 자산을 보유하고 사용하는 일이 자연스러워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텅 대표는 바이낸스가 최대 주주로 있는 국내 거래소 고팍스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고팍스는 과거 고객 자산을 맡기면 이자를 주는 예치 서비스를 운영하다가 2022년 자금 인출을 중단했으며, 이후 바이낸스가 이를 수습하겠다며 대주주가 됐지만 금융당국의 임원 변경 승인 문제 등으로 피해자 보상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는 “고팍스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며, 이에 대해 엄청난 책임을 느끼고 있다”면서도, 해결을 위해선 규제당국의 승인과 다른 주주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바이낸스의 행보는 한국 내 가상자산 시장을 글로벌 흐름에 더욱 가깝게 끌어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을 기반으로 한 협업이 구체화된다면, 블록체인 기술의 실생활 활용 사례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제도적 정비가 병행되지 않는 경우, 시장 혼선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