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억 달러(약 2조 6,410억 원) 규모의 암호화폐 파생상품 시장 폭락 사태에 대한 질문에 대해, 데이비드 슈워츠(David Schwartz) 리플(Ripple)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원인을 직접적으로 분석한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신 그는 이번 급락이 시장 전반에 걸쳐 얼마나 심각한 여파를 남겼는지에 주목했다.
지난 금요일 새벽, 비트코인(BTC)은 한때 10만 2,000달러(약 1억 4,178만 원)까지 하락하며 파생상품 시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 과정에서 레버리지 과다 포지션이 대량 청산되면서, 오픈 이자 총액이 몇 시간 만에 60억 달러(약 8조 3,400억 원) 이상 줄어들었다. 대부분의 주요 거래쌍에서 펀딩비가 초기화되며, 과열된 롱 포지션이 줄줄이 청산되는 현상이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슈워츠는 시장 메이커나 특정 세력이 폭락을 유도했다는 일각의 의혹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사라졌다는 사실만은 명확히 했다. 그는 "원인과 구조를 깊게 들여다보진 않았지만, 영향은 직접 목격했다"며, 시장 참여자들이 겪는 피해가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데이터 분석업체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이번 청산 사태에서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1억 달러(약 2조 9,190억 원)였고, 이더리움(ETH)도 약 8억 달러(약 1조 1,120억 원)에 달했다. 이더리움의 경우, 4,000달러 돌파 시도가 실패로 끝나며 하방 압력에 크게 노출됐다. 이에 따라 알트코인 전반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보였다.
리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XRP는 2달러선 아래로 급락하며 시가총액의 약 15%가 날아갔다. 그러나 이후 2.5달러 선까지 회복하며 일부 낙폭을 만회했다. 이는 XRP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시장 심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추정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는 바이낸스와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 간의 갈등을, 또 다른 일부는 미 정부 내부의 정보 사전 유출 또는 '포지션을 정확히 예측한 고래'의 6억 달러(약 8,340억 원) 규모 숏 포지션 거래를 원인으로 지목한다. 특히 스테이블코인 성격을 띤 담보 자산인 USDe, BNSOL, WBETH가 고정가치를 잃으며 청산 연쇄를 촉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슈워츠는 이러한 모든 추측보다는 “시장의 피해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졌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책임 소재를 쫓기보다는, 이번 사태가 보여준 시스템 리스크를 진단하고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실용적 관점을 강조했다.
이번 '크립토 블랙프라이데이'는 단기간 내 파생상품 시장의 구조적 약점과 참여자들의 과도한 레버리지 의존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시장은 아직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당분간 극심한 변동성에 대비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