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암호화폐 시장이 이번 주 극심한 조정을 겪으며 시가총액에서 약 7,000억 달러(약 973조 원)가 증발했다. 비트코인은 일주일 사이에 13% 이상 하락해 10만 5,000달러(약 1억 4,595만 원) 선까지 밀려났으며, 주요 알트코인들도 두 자릿수 낙폭을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공포심리를 자극했다.
이번 급락의 도화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발언이었다. 지난 주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당국을 향해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새로운 관세 부과를 경고하자 시장이 요동쳤다. 비트코인은 곧바로 12만 달러(약 1억 6,680만 원) 선에서 11만 7,000달러(약 1억 6,263만 원) 아래로 급락했고, 과도한 레버리지 포지션이 연쇄 청산되면서 불과 몇 시간 만에 190억 달러(약 26조 4,100억 원) 규모가 증발했다. 일각에서는 전체 청산액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시장 전반에 미친 영향은 명백했다.
특히 이번 폭락은 비트코인뿐 아니라 알트코인 시장에도 혹독한 타격을 안겼다. 도지코인(DOGE), 에이다(ADA), 체인링크(LINK)는 각각 27%, 25%, 27%가량 하락했다. 이밖에도 스텔라루멘(XLM), 하이프(HYPE) 등 다수 프로젝트에서 20% 이상의 낙폭이 관측됐다.
주 초반 잠시 회복세를 보였던 비트코인은 11만 6,000달러(약 1억 6,104만 원)까지 반등했으나,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이 시작된 직후 다시 하락하며 10만 8,500달러(약 1억 5,082만 원)로 밀려났다. 이 회담 소식은 투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하루 만에 6억 달러(약 8,340억 원) 규모의 추가 청산을 야기했다.
한편, 주 후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는 유효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내놓으며 잠시 반등을 시도했으나, 현재 비트코인은 다시 10만 5,000달러(약 1억 4,595만 원) 근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은 극심한 변동성 속에 방향성을 잃은 상태다.
이번 주 암호화폐 공포·탐욕 지수도 급변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60을 웃돌며 ‘탐욕’ 국면에 있었던 지수는 현재 25 아래로 추락했다. 이는 지난 수개월 중 최저 수준으로, 시장이 ‘극도의 공포’ 상태에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하강장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의 암호화폐 매집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리플랩스는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 규모의 XRP 재무기금 조성을 위해 스팩(SPAC)을 통한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분기에 대부분의 이더리움(ETH) 기관 보유량이 구매되었음을 보여주는 데이터도 공개돼, 일부 기관은 조정을 매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암호화폐 리서치 기업 글래스노드(Glassnode)는 이번 급락을 “시장 건전성을 되찾기 위한 필연적 과정”으로 평가하며, 과도한 레버리지를 청산하고 건전한 거래 환경을 복원하는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유명 비트코인 비판론자인 피터 시프(Peter Schiff)는 최근 가격 하락을 두고 ‘비트코인의 디지털 금 지위는 허황된 신화’라며 다시 한번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그의 발언이 새롭지는 않지만, 이번과 같은 극단적인 하락 시기에는 시장의 불안을 더욱 자극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하지만 주요 투자자들과 기관 자금의 움직임, 그리고 향후 미국과 중국 간의 지정학적 긴장 완화 여부에 따라 회복의 실마리를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로선 과열된 레버리지 청산 이후 남은 투자자들의 거래 심리가 향후 시장 반등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