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을 앓고 있는 아르헨티나 전 상원의원 에스테반 불리치(Esteban Bullrich)가 바이낸스의 ‘페이스 ID’(얼굴 인식) 시스템이 자신의 얼굴 변화를 인식하지 못해 계정 접근이 차단됐다고 주장했다. 바이오메트릭 인증이 보편화되는 가운데, 질병·장애로 외형이 변하는 이용자에 대한 ‘접근성’ 설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드러낸 사례로 해석된다.
불리치는 “5개월 전부터 바이낸스 페이스 ID가 나를 더 이상 인식하지 못했다”며 대체 인증 수단이 사실상 제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ALS는 진행성 신경퇴행성 질환으로 근육이 점차 마비되며, 얼굴 근육 변화도 동반될 수 있어 생체인증 시스템이 예외 상황을 전제로 설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5개월 묶인 자산…BTC 9만달러대에서 7만달러대로 하락
불리치는 계정이 묶인 기간이 약 5개월에 달했으며, 그 사이 보유 중이던 암호화폐 자산이 사실상 동결됐다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기간 동안 비트코인(BTC) 가격은 9만달러대에서 7만달러대로 내려앉았고, 원·달러 환율(1달러=1473.20원)을 적용하면 BTC 가격 변동 폭이 원화 기준으로도 크게 체감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특히 일반 고객지원 절차만으로 문제 해결이 어렵고, 장애 특성을 고려한 접근 가능한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 장기간 출금·거래가 제한되면 기회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어, 거래소의 인증·복구 프로세스가 사실상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SNS에서 확산된 호소…리처드 텅이 직접 개입
상황은 불리치의 글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며 급변했다. 그는 창펑 자오(Changpeng Zhao)와 리처드 텅(Richard Teng) 바이낸스 공동 CEO를 태그해 문제를 알렸고, 게시물이 ‘바이럴’되자 텅이 직접 개입해 해결을 도왔다고 전했다.
바이낸스 아르헨티나도 같은 날 공식 반응을 내고 “팀이 직접 연락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접근성 실패’로 보고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온라인 여론이 형성된 뒤에야 회사가 공개 입장을 내고 에스컬레이션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통상 지원 채널이 150일 가까이 문제를 해소하지 못했다는 비판은 남는다.
등록 이용자 3억명 시대, 생체인증 ‘예외 설계’가 과제
아르헨티나 매체 클라린(Clarín)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2022년 모바일 앱에 생체인증을 도입한 뒤 2025년 12월 등록 이용자 3억명을 넘어섰다. 이용자 규모가 커질수록 인증 체계는 보안뿐 아니라 ‘포용성’이 핵심 품질로 부상하는데, 이번 사례는 얼굴·지문 등 생체인증이 모든 이용자의 현실을 동일하게 반영하지 못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ALS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외형이 변할 수 있는 질환은 물론, 사고·수술·노화 등으로도 얼굴 특징점은 달라질 수 있다. 업계는 생체인증을 유지하되 장애·질병 이용자를 위한 문서 인증, 영상 확인, 보조인증 등 복수의 경로를 표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며, 거래소 신뢰를 좌우하는 기준도 ‘보안’에서 ‘보안+접근성’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