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창업자 샘 뱅크먼-프리드(Sam Bankman-Fried·SBF)가 요구한 ‘새 재판’이 연방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그의 주장 상당수가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며, 이번 시도가 실체적 정의보다 ‘이미지 회복’에 가깝다는 취지까지 적시했다.
법원 “새 재판 사유 없다”…SBF 재심 시도 좌절
루이스 캐플런(Lewis Kaplan) 연방판사는 서면 결정문에서 2023년 사기 재판을 직접 주재했고 이후 SBF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당사자다. 캐플런 판사는 재심 청구가 “평판을 구하기 위한 계획의 일부”로 보인다고 했는데, 해당 계획이 FTX 파산 이후이면서도 기소 이전에 작성된 것으로 보고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새 증인’ 주장 핵심 반박…“이미 알고 있던 인물”
SBF 측 주장의 중심에는 정부가 FTX가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였다고 본 판단을 흔들 수 있는 ‘전·현직 내부자’ 3명이 있었다. 그는 라이언 살라메(Ryan Salame·FTX 바하마 법인 최고경영자), 대니얼 찹스키(Daniel Chapsky·데이터사이언스 책임자), 니샤드 싱(Nishad Singh·엔지니어링 총괄)을 새로운 증인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새롭게 발견된 증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캐플런 판사는 SBF가 이들을 재판 전부터 이미 잘 알고 있었고, 그들이 어떤 진술을 해주길 원했는지도 알았던 만큼 새 증거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필요했다면 법적 절차를 통해 증언을 강제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선택의 책임을 뒤집을 수 없다는 취지다.
싱 “압박에 진술 바뀌었다” 주장엔 “음모론적” 일축
특히 니샤드 싱은 실제로 법정에 섰지만, SBF에게 유리한 증인이 아니었다. 그는 검찰과 플리바겐(유죄 인정 협상)을 맺고 협조하는 대가로 실형을 피했고, 재판에서는 SBF에게 불리한 내용을 진술했다.
SBF는 싱이 정부 압박으로 진술을 바꿨다고 주장했지만, 캐플런 판사는 이를 “지나치게 음모론적이며 기록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표현하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다른 핵심 인물인 살라메 역시 선거자금법 위반과 불법 자금이전 사업 운영 혐의로 유죄를 인정해 2024년 5월 징역 7년 6개월을 선고받은 만큼, SBF 측이 기대한 ‘우호적 증언’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변호인 배제한 ‘단독 제출’도 변수…항소심은 별도 진행
이번 재심 신청은 절차적으로도 이례적이었다. SBF는 2월 변호인단과 상의 없이 직접 재심 신청서를 제출했고, 새 절차가 열릴 경우 다른 판사가 맡아야 한다며 캐플런 판사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후에는 “이 사안은 당신 앞에서 공정한 심리를 받기 어렵다”며 신청 자체를 철회하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냈지만, 철회 요청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SBF는 현재 캘리포니아주 롬폭(Lompoc) 연방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며, 유죄 판결과 형량을 다투는 별도 항소는 항소법원에서 계속 심리되고 있다. 배심원단은 그가 FTX 고객 자금 수십억달러를 자신이 지배하던 트레이딩 회사 알라메다 리서치(Alameda Research)로 불법 전용해 고위험 거래에 사용했고, 그 결과 세계 최대급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였던 FTX 붕괴를 불러왔다고 판단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