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대와 싱가포르경영대(SMU) 연구진이 폴리마켓의 5분짜리 비트코인 예측시장에서 일부 숙련된 트레이더가 ‘유리한 판’을 만들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짧은 결제 구조가 오히려 가격을 흔들고, 그 결과 일부 참여자가 수익을 챙겼다는 분석이다.
13일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연구진은 약 2개월 동안 비트코인 계약 1만6000개를 분석한 결과, 만기 직전 집중 거래가 반복되며 비트코인 현물 가격이 잠시 움직이는 패턴을 확인했다. 문제의 핵심은 체인링크(LINK) 가격 피드 하나에 결과가 좌우되는 구조였다. 결제 순간의 단일 가격에 따라 승패가 갈리다 보니, 큰 포지션을 보유한 일부 거래자가 마지막 수초에 매매를 몰아 가격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821명 의심 거래자, 수익 820만달러 추정
연구진은 이런 방식에 가담한 것으로 보이는 거래자 821명을 추려 이들이 약 820만달러를 벌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같은 기간 일반 거래자에서 이들로 약 128만달러가 사실상 이전됐다는 분석도 제시했다. 또 결제 구간에서 바이낸스 거래량이 평소의 최대 3.9배까지 치솟았고, 계약 종료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곧바로 되돌아오는 현상도 포착됐다.
다만 연구진은 바이낸스에서 거래한 사람과 폴리마켓 지갑의 소유자가 동일 인물이라는 점은 직접 입증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즉, 정황은 충분하지만 확정 판정은 어렵다는 의미다.
‘5분’에서 ‘15분’으로 바꾸자 문제는 줄었다
연구진은 계약 시간을 5분에서 15분으로 늘리면 왜곡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고 봤다. 또 단일 시점 가격 대신 시간가중평균가격(TWAP)을 쓰면 순간적인 급등락만으로 결과를 바꾸기 어려워진다고 제안했다. 짧은 스파이크로 승부가 갈리는 구조를 바꾸라는 뜻이다.
폴리마켓은 조작이 있었다고 보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향후 1년 안에 일부 시장에 평균가격 결제를 도입할 계획은 확인했다. 바이낸스는 자체 플랫폼에서 이상 거래를 감시하고 있지만, 제3자 예측시장의 결제 방식까지 통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예측시장 성장세에도 ‘결제 리스크’ 커진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크립토 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시카고옵션거래소(Cboe)가 S&P500 연동 이벤트 계약을 확대하고, 나스닥도 유사 상품을 검토하는 가운데 단일 가격 스냅샷에 의존하는 결제 구조는 같은 취약점을 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측시장 자체의 성장세도 빠르다.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6월 칼시(Kalshi)의 거래량은 약 94억달러, 폴리마켓 인터내셔널은 약 43억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확대된 2026년 FIFA 월드컵이 시장을 키우며 양사 합산 거래량은 54억달러를 넘겼다. 연구진은 결제 모델만 보완해도 이런 급성장 시장의 ‘악용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본다.
한편 폴리마켓과 칼시는 규제 부담도 커지고 있다. 미국 일부 주정부가 두 플랫폼을 상대로 문제를 제기한 가운데,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연방 규제 대상 이벤트 계약에 대한 주된 권한이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번 분쟁은 연방법원에서 다뤄지고 있으며, 향후 미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도 거론된다. 예측시장이 커질수록 ‘가격 결제의 공정성’이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