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 스트레티지($MSTR) 공동창업자가 비트코인(BTC)을 은행·정부·법정화폐와 대립하는 자산이 아니라 글로벌 금융체계 안에서 작동하는 디지털 자본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일러는 최근 공개한 글에서 비트코인이 초기 사이퍼펑크 실험을 넘어 개인, 헤지펀드, 상장사, 은행, 수탁기관, 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자본 네트워크가 됐다고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의 핵심 쓰임이 일상 결제를 넘어 주식, 신용, 채권, 파생상품의 기초 자산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봤다.
세일러는 자가 보관을 중요한 권리로 인정하면서도 모두에게 요구되는 의무는 아니라고 했다. 개인키를 직접 관리하는 방식은 주권성을 높일 수 있지만, 고령자와 가정, 상장사에는 운영·물리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전문 수탁, 다중서명, 기관 서비스가 비트코인의 적이 아니라 금융 전문화의 일부라고 했다. 세일러는 “ETP 지분은 자가 보관한 코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사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연기금은 등록 증권을, 은행은 적격 담보를, 투자자는 위험을 이전할 도구를 필요로 한다는 취지다.
이 발언은 비트코인 생태계 안에서 이어진 BIP-110 논쟁과도 맞닿아 있다. BIP-110은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임의 데이터를 넣는 방식을 제한하려던 제안이다. 비트코인 개선제안 목록에서 BIP-110은 ‘Reduced Data Temporary Softfork’로 등록됐고, 비트코인오알지(Bitcoin.org) 목록에는 현재 ‘Closed’ 상태로 표시돼 있다.
세일러는 이 논쟁을 두고 신념과 합의는 다르다고 봤다. 개발자는 코드를 쓸 수 있지만 채굴자, 거래소, 시장이 그 코드를 비트코인으로 인정하도록 강제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비트코인 기본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되 그 위에서 금융 상품과 인프라가 확장되는 길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비트코인이 단일한 이용 방식에 묶이기보다 보관, 담보, 증권화, 파생상품 구조 안에서 쓰일 수 있다는 논리다.
자가 보관은 이용자가 거래소나 수탁기관에 맡기지 않고 개인키를 직접 보유하는 방식이다. 자산 통제권을 직접 갖는 장점이 있지만, 분실·피싱·상속·복구 실패 같은 운영 위험도 이용자가 떠안는다. 국내에서도 자가 보관이 모든 이용자에게 최선인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진 바 있다.
세일러의 주장은 이른바 ‘종이 비트코인’ 논쟁과도 연결된다. 상장지수상품(ETP), 회사 주식, 전환사채, 파생상품은 자가 보관한 비트코인과 같은 구조는 아니지만, 권리 구조와 담보 관계가 투명하다면 금융시장 안에서 다른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스트레티지는 SEC에 제출한 8-K 보고서에서 8월 23일 기준 84만447 BTC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가 비트코인 보유 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세일러의 발언은 단순한 기술 논쟁보다 기업 재무와 전통 금융 편입 논의에 가깝다.
미국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주식 시가총액은 157조8000억 달러(약 21경8177조원), 글로벌 채권 잔액은 160조7000억 달러(약 22경2248조원)로 집계됐다. 세일러는 비트코인이 모든 자산을 대체할 필요는 없으며, 희소성과 이동성이 필요한 영역에서 대안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가 말한 디지털 자본 구상은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이나 가치저장 수단 중 하나로만 보지 않는 데서 출발한다. 통상 전통 금융시장은 자산을 보관하고, 이를 담보로 신용을 만들며, 증권과 파생상품을 통해 위험을 나누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비트코인이 이 구조 안으로 들어가면 이해관계도 갈린다. 자가 보관을 중시하는 이용자는 수탁과 증권화가 비트코인의 탈중앙성을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고, 기관투자자와 상장사는 내부통제와 규제 요건을 충족하는 보관·거래 구조를 요구한다.
세일러는 비트코인이 법정화폐와 경쟁하되 공존할 수 있다고 봤다. 세금, 임금, 상거래는 여전히 법정화폐로 처리되고, 비트코인은 그 아래와 옆에서 희소하고 이동 가능한 비주권 자본 저장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 주장은 가격 전망이나 투자 판단이 아니다. 세일러가 제시한 논점은 비트코인의 쓰임이 결제와 가치저장 논쟁을 넘어 수탁, 증권화, 신용, 파생상품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