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들이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 잃고 있다.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지난달의 반등세를 반납하며 하락세로 전환했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현재 고용 시장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만, 향후 고용 전망과 경기 침체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드러내며 소비를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6월 소비자신뢰지수는 93.0으로, 5월보다 5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이는 지난 7개월 중 여섯 번째 하락이며, 최근 소폭 회복했던 낙관적인 전망이 무너졌음을 보여준다.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 중 약 70%는 향후 1년 내 경기침체 가능성을 언급했으며, 고용 감소와 관세 부담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네이비 연방 크레딧 유니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헤더 롱은 "사람들이 소비 대신 관망에 나서고 있으며, 필수적인 주택, 자동차, 가전 구매에만 나서고 있다"며 현재 미국 경제는 '과잉 경계 경제'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우려는 고용시장의 미래에 대한 신뢰 부족에서 기인한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다우존스가 실시한 경기 전망 조사에서는 소비자신뢰지수가 2개월 연속 반등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오히려 설문 응답자들의 직업 전망이 악화되면서 전반적인 신뢰 수준이 흔들렸다. 컨퍼런스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스테파니 기차르는 "앞으로 6개월간의 비즈니스 여건, 고용 가능성, 소득 증가에 대한 기대가 모두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내셔널와이드의 경제학자 다니엘 비엘하버 역시 "이 지표는 향후 고용 동향을 잘 반영하며, 고용 둔화가 시작될 조짐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플레이션 전망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6월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은 연 6%로 두 달 전보다 1%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최근 물가 상승률이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는 공식 통계와 일치한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관세' 영향을 걱정하고 있지만, 전월 대비 물가 관련 우려가 완화됐다는 응답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기차르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관세를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이달엔 인플레이션 둔화에 대한 언급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 긴장이 재부각되며 관세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관세 강화 발언이 소비자 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향후 발표될 고용 및 소비 지표가 미 연준의 금리정책 방향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