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불확실성이 짙어지는 가운데, 벤처와 스타트업계를 중심으로 기업 대출 유치를 둘러싼 환경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겉으로는 자금 조달이 여전히 활발해 보이지만, 실상은 상위권 기업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하는 *선별적 흐름*이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실적이 우수하거나 미래 성장성이 뚜렷한 기업에는 막대한 자금이 몰리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기업은 여전히 제한된 선택지 속에서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은행의 붕괴 이후 민간신용 대출은 증가세를 보여왔지만, 이는 예외적 소수 기업에 편중된 결과였다. 해밀턴 레인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 3분기 기준 사모펀드 매입 자금과 신용 발행 여력 간에는 약 1조4,000억 달러(약 2,016조 원)의 격차가 존재하며, 여기에다 2028년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현행 대출 규모까지 합쳐지면 시장 전반에는 2조 달러(약 2,880조 원)를 웃도는 자금 공백이 형성될 전망이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대부분의 대출 기관은 신중하고 보수적인 심사를 고수하고 있다.
이와 같은 자금 시장의 *양극화*에 대응해,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들은 전례 없이 철저한 준비 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에 놓였다. 로버트 모렐리 오버랩 홀딩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지금처럼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자금 조달의 *타이밍*과 *사전 준비*가 성패를 좌우한다”며 “과거와 달리 투자자들은 이미 성과를 입증한 모델에만 베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출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는, 먼저 자금이 급히 필요하지 않을 때 조달을 시작하는 *역발상 접근법*이 권장된다.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을 지속중이며 최근 투자유치나 인수합병 논의가 있다면, 그 자체가 신뢰 지표가 되어 보다 유리한 조건의 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대출 기관을 단순한 자금공급자로 보기보다 *장기적 파트너*로 인식하고, 철저히 분석한 후 선택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준비 단계에서 과도한 정보만이 정답은 아니다. 핵심 재무제표와 향후 3~5년간의 재무 전망, 기업 구조, 주요 투자자 정보 정도만으로도 충분한 경우가 많다. 발표 자료는 간결하면서도 명확해야 하며, 면담 시에는 기업의 핵심 수익 동력과 자금 활용 계획을 짧고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숫자에 대한 깊은 이해다. 역사적 성과, 현재 흐름, 그리고 외부 조건 변화에 따른 미래 예측에 대해 자신 있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며, 자금 투입 이후의 유의미한 성장 궤적도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숫자가 터무니없이 보수적이면 대출 한도에 미치지 못하고, 과도하게 낙관적이면 부담스러운 조건이 따라올 수 있다.
2025년 현재 대출기관들은 기업이 향후 자본조달을 통해 상환을 이어간다는 *가정*에 점점 덜 의존하고 있다. 외부 자금 없이도 충분히 채무 상환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입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이러한 환경에서 가장 필요한 덕목은 ‘인내’와 ‘융통성’이다. 처음부터 거절당하거나, 조건이 기대와 다르거나, 심사 과정이 길어지는 경우도 잦다. 하지만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고, 경험 많은 파트너들과 협업하며, 빠르고 유연하게 대응하면 결국 시장에서 현명하고 적시에 최적의 대출을 유치하는 길로 이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