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미국의 러시아 제재 우려로 상승 분위기를 보이다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완화성 발언에 따라 급반전하며 하락세로 마감됐다.
현지시간으로 8월 6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0.81달러(1.24%) 내린 64.35달러에 최종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장중 한때 공급 차질 우려로 66달러대 중반까지 상승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낙폭을 보였다.
최근 국제유가는 미국 정부가 러시아 제재를 준비하면서 타이트해질 공급 상황에 대한 우려로 오름세를 나타냈다. 특히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직간접적으로 여전히 수입하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은 인도산 수입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담은 행정명령에 이날 서명했으며, 관세율은 3주 후 50%로 인상될 예정이다. 이러한 조치에 따라 시장은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유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승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인해 곧바로 뒤집혔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 러시아 푸틴 대통령과 미국 측 특사 간의 회담에서 “큰 진전이 있었다”고 밝혔고, 여러 유럽 동맹국들도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즉, 전쟁 완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메시지가 정치 불확실성을 다소 해소시키며, 가격 하방 압력으로 작용한 셈이다.
여기에 더해,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도 제재 실행 여부에 대해 “며칠 내 추가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시점을 명확히 하지 않아, 제재 시행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이 역시 투자자들로 하여금 일시적 안도감을 느끼게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공급 측 변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에너지 분석업체 리스타드 에너지의 자니브 샤 애널리스트는 “인도에 대한 관세 조치가 장 초반 유가 반등의 촉매가 됐지만, 제재의 실제 영향과 지속성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연합체(OPEC+)의 증산 기조가 러시아발 공급 차질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덧붙였다.
한편,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발표에 따르면 8월 첫째 주 기준 미국 내 원유 재고는 300만 배럴이 줄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60만 배럴 감소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실제로 수급 여건은 빠듯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미국의 제재 방향, OPEC+의 공급 정책이 맞물리며 유가에 양방향 압력을 가하는 형국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결과가 실질적인 휴전이나 수출 재개로 이어질 경우, 국제유가는 추가 하락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러시아산 원유 수출에 실제 제약이 발생할 경우, 공급 우려는 다시 유가 상승의 재료로 작용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