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의 언스테이킹 대기 시간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며, 관련 커뮤니티가 술렁이고 있다. 현재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는 80만 8,880 ETH(약 5조 1,025억 원)가 출금을 기다리고 있으며, 출금까지 최대 14일이 걸리는 상황이다. 이는 이더리움의 검증자 큐(epoch limit)가 포화 상태에 도달한 데 따른 결과이며, 그 원인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에포크는 검증자들이 블록 생성에 참여하는 단위 시간으로, 평균 6.4분이 소요된다. 이더리움의 구조상, 한 에포크마다 입출금할 수 있는 제한량이 설정돼 있어 과도한 출금 요청이 몰릴 경우 대기열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이번 경우는 그 체계 전체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반면 신규 스테이킹을 희망하는 이들도 약 37만 4,000 ETH(약 2조 5,883억 원)를 대기 중으로, 평균 6일의 대기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번 혼잡 현상의 배경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레드스톤 오라클 공동 창업자인 마르신(Marcin)은 트론(TRX) 창립자 저스틴 선(Justin Sun)이 지난달 Aave 프로토콜에서 6억 달러(약 8,340억 원) 상당의 이더리움을 대규모 인출한 사건을 시작점으로 지목했다. 이 영향으로 이더리움 대출 금리가 급등했고, DeFi의 핵심 구조 중 하나인 LST 루핑 전략이 일시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태에 빠졌다. 나아가 stETH와 ETH의 스왑 가격 간 괴리율이 한때 0.3%까지 벌어지는 등 시장 불균형이 커졌다.
또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최근 스테이킹 활동과 LST(유동성 스테이킹 토큰)을 증권으로 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ETH 스테이킹 ETF 출시를 앞두고 포트폴리오를 미리 조정하려는 투자자들의 움직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더리움이 사상 최고가인 4,891.70달러에 근접하면서 수익 실현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언스테이킹 붐이 단순한 차익 실현이나 기술적 병목 그 이상이라고 바라본다. 대형 기업들의 재무 전략 변경, LST 생태계의 민감성, 그리고 ETF 출시라는 거시 이벤트까지 얽히면서 이더리움 네트워크 전반이 다시금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더리움은 비트코인(BTC)에 이어 두 번째로 평판 높은 암호화 자산으로, 스테이킹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널리 활용돼 왔다. 그러나 이번 대기열 문제는 그 체계의 탄력성과 확장성에 대한 질문을 다시 제기하며, LST 기반 디파이 모델의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