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엑스가 미국 연방 정부로부터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계약을 따냈음에도, 연방 법인세는 거의 내지 않아 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영업 손실과 관련한 미국의 세법 구조를 활용한 결과로, 향후에도 세금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8월 16일(현지시간) 입수한 스페이스엑스 내부 문건을 인용해 이 회사가 2002년 창립 이후 연방 소득세를 사실상 회피해 왔으며,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핵심 이유는 누적 영업손실 때문이다. 문건에 따르면 2021년 말까지 스페이스엑스는 50억 달러(약 6조 6천억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고, 이 손실을 세법상 과세 소득에서 공제하는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일정 손실을 미래의 이익과 상계할 수 있는 '결손금 이월' 제도가 존재하는데, 트럼프 정부 시절인 2017년 세제 개편을 통해 이 제도의 적용 기한이 폐지되면서 규제가 더욱 느슨해졌다. 즉, 기업이 손실을 기록한 해로부터 여러 해가 지나더라도 이후 벌어들인 이익에 대해 세금을 거의 내지 않을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 셈이다.
세금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방식이 세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이긴 하지만 대형 기업에게는 지나치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미국 뉴욕대 로스쿨의 세법 교수 그레그 폴스키는 스페이스엑스의 손실 규모를 고려할 때, 최근 몇 년간 수익이 있었더라도 세금을 냈을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 보호를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은 원래 이 제도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기업의 회생을 돕기 위함이었다며,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스페이스엑스가 이를 활용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비판했다.
스페이스엑스는 설립 초기부터 적자를 기록했으며, 2020년에는 3억4천100만 달러, 2021년에는 9억6천800만 달러의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기간 연방 정부와 체결한 계약은 2020년 14억 달러, 2021년 17억 달러로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스페이스엑스는 주로 미국 국방부와 항공우주국(나사)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으며, 정부의 우주정책 및 국방 전략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스페이스엑스의 수익성은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2025년 자사 매출이 155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2023년(74억 달러) 대비 두 배 이상 성장을 내다봤다. 특히 위성 인터넷 사업인 스타링크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매출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는데, 스타링크는 2023년 8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2025년까지 가입자는 600만 명 규모에 이르렀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기업의 세제 관련 논란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부 재정이 악화되거나 세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대규모 손실 이월 혜택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과세 형평성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