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UAW)가 SK온과 포드가 합작해 운영 중인 전기차 배터리 회사 ‘블루오벌SK’의 미국 켄터키 공장에서 노조 설립 투표에서 승리했다. 이로써 전통적으로 노조 조직률이 낮았던 미국 남부 전기차 생산 현장에서 UAW가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전환점이 마련됐다.
27일(현지시간) UAW는 블루오벌SK의 생산 및 정비직 근로자 과반이 노조 가입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노조 확보를 넘어, 향후 미 남부 지역 전기차 산업의 노동 조건과 근로자 권익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는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미국 남부는 과거부터 외국계 자동차 업체 공장이 밀집해 있으나, 노조 조직도가 낮아 기업 친화적인 환경으로 알려졌었다.
블루오벌SK는 SK온과 포드가 합작해 설립한 전기차 배터리 전문 회사로, 켄터키주에 대규모 생산단지를 조성 중이다. 총 5천 명 고용 예정인 이 단지 중 1공장은 지난 여름 가동을 시작해 약 1천450명을 채용했으며, 인기 차종인 포드 F-150 전기차용 배터리를 제조하고 있다. 다만 2공장은 일정이 지연되고 있는 상태다. 이번 노조 설립이 전체 공장 가동과 채용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회사는 아직 노조 투표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일부 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상태다. 이에 대해 UAW는 사용자 측이 선거 결과를 무력화하려는 전략일 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반민주적 활동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하며 투표 결과를 즉시 수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UAW는 포드,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전통 완성차 업체의 근로자 조직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최근 자동차 산업의 주류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면서, 새로운 생산거점인 남부 지역 EV 배터리 공장을 중심으로 조직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테네시주에서 열린 폭스바겐 공장 노조 설립 투표에서 승리하며 반전 기회를 엿봤지만, 같은 해 앨라배마주 메르세데스 공장에선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이번 승리를 발판 삼아 UAW는 향후 미국 남부 지역 전기차 관련 공장에서 본격적인 세력 확장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이번 투표 결과가 UAW에 새로운 동력을 제공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 내 전기차 산업의 노동 환경 전반에 점진적인 변화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