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올해 3분기 TV 사업 실적이 부진하면서, 양사의 평균 판매가격도 나란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인한 경쟁 심화가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11월 14일 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TV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해 연평균 대비 약 6% 낮아졌고, LG전자의 평균 판매가격도 3.7% 하락했다. 이는 단순히 일시적인 가격 조정이라기보다는 전 세계 TV 시장에서의 구조적 변화와 관련이 깊다. TV 수요는 코로나19 기간 급증세 이후 정체 국면에 접어들었으며, 전반적인 경기 둔화 속에 소비자들의 지갑도 쉽게 열리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매출 기준으로는 삼성전자가 29.3%, LG전자가 15%로 상반기 기준 세계 TV 시장에서 각각 1위와 2위를 지켰다. 그러나 출하량을 기준으로 보면 사정은 다르다. 삼성전자는 18.1%로 여전히 선두였지만 TCL(14.2%), 하이센스(12.1%) 등 중국 제조사들이 바짝 추격했으며, LG전자는 10.5%로 이들보다 한 발 밀렸다. 출하 물량이 많다는 것은 낮은 가격을 기반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는 뜻이고, 결국 국내 제조사들은 가격 경쟁에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격 인하와 프로모션 확대 등으로 대응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3분기 삼성전자의 영상디스플레이(VD)·생활가전(DA) 부문은 1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LG전자의 TV 사업을 담당하는 홈엔터테인먼트(MS) 사업본부는 무려 3천26억 원의 손실을 냈다. 제품 단가를 낮추면 판매 증가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프리미엄 전략에 집중하던 국내 업체 입장에서는 수익 하락이라는 부작용도 함께 안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두 회사 모두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중가 제품 비중을 점차 늘리는 이중 전략으로 전환하고 있다. 기술력과 디자인 경쟁력을 내세워 고급 수요층은 지키되, 한편으로는 가격 민감 소비층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중간 가격대 제품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이는 TV 시장 전반에 걸쳐 가격경쟁과 기술경쟁이 동시에 벌어지는 가운데 나타난 방어적인 경영 선택으로 해석된다.
이 같은 업계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인 경기 불확실성과 원자재 비용 부담은 여전하고, 중국 업체들의 세계 시장 공략도 확대되는 추세다. 프리미엄 TV 시장마저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수익성과 점유율 사이에서 어떤 전략적 균형을 찾을지가 향후 시장 판도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