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의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경기도 화성시에 건설 중이던 반도체 장비 생산 및 인력 교육용 기지를 완공하고, 한국 내 협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ASML은 2025년 11월 12일에 경기도 화성시 송동에서 약 1만6천㎡(약 4천840평)의 부지를 활용해 조성한 ‘화성캠퍼스’의 준공식을 개최했다. 앞서 ASML은 총 2천400억 원을 투자해 이곳에 반도체 장비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으며, 준공식에는 산업부와 경기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 및 기관 관계자 80여 명이 참석했다.
ASML은 첨단 반도체 공정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는 기업으로, 특히 극자외선(EUV, Extreme Ultraviolet) 노광 장비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공급하는 회사다. 이 장비는 반도체 회로를 머리카락보다 수백 배 더 얇게 새겨넣는 고난도 공정에 필수로 사용된다. 때문에 주요 고객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들은 ASML 장비 없이는 최첨단 제품 생산이 어렵다. 이런 상황 속에서 ASML은 업계 내에서 '슈퍼 을(乙)'이라고 불릴 만큼 존재감이 크다.
이번에 완공된 화성캠퍼스는 A동과 B동으로 나뉘며, A동에는 사무 공간이, B동에는 심자외선(DUV), 극자외선(EUV) 장비의 부품 재제조센터 및 트레이닝 센터가 들어섰다. 단순한 제조시설을 넘어서 ASML의 아시아 핵심 거점 역할을 하게 될 이 캠퍼스는 국내 반도체 산업의 기술 자립도 향상과 공급망 안정화에 실질적인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ASML은 이번 캠퍼스 조성을 계기로 국내 반도체 기업들과의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실제로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는 전날 SK하이닉스, 이날 삼성전자 고위 경영진과 연이어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향후 한국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과의 협력 생태계도 확대해, 장비뿐 아니라 교육·부품·기술검증 등 다양한 부문에서 상생형 파트너십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화성캠퍼스는 연말까지 인력과 장비의 전면 이동을 완료하면, 기존 화성시 일대에 분산돼 있던 약 1,500명의 ASML 직원들이 한 캠퍼스에 집결해 근무하게 된다. 이는 고객 지원 효율성 제고는 물론, 점점 복잡해지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로 풀이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향후 국내 반도체 산업 정책과도 맞물려, 첨단 기술의 국산화 및 지역 내 기술 클러스터 조성에 긍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향후 ASML의 한국 내 역할이 단순한 장비 공급자를 넘어, 기술 협력 파트너로 재정의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