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강도 높은 대출 규제 정책에 따라 연말을 앞두고 주요 시중은행들이 가계대출 창구를 사실상 걸어 잠그면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폭은 당초 설정한 목표치를 7% 이상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개 주요 은행의 올해 1월부터 12월 18일까지 가계대출 증가액은 약 7조4천685억 원에 그쳤다. 이는 이들 은행이 금융당국과 조율해 설정한 연간 목표치인 8조690억 원보다 7.4% 낮은 수치다. 지난 6월 정부가 내놓은 '6·27 대책'에서 하반기 대출 증가 목표를 대폭 축소할 것을 요청한 이후, 시중은행은 실질적으로 대출을 억제해왔다.
특히 이들 가운데 2개 은행만이 목표치를 초과하며 대출 총량을 늘렸고, 나머지 은행 3곳은 목표 대비 각각 43.4%, 17.2%, 17.5%씩 적게 대출을 공급해 사실상 총량 규제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은 주택담보대출은 물론 생활안정자금 대출까지 중단했고, 모기지보험(MCI, MCG) 연계 상품 역시 사실상 옆문을 닫은 상태다.
이러한 분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C은행 등 일부 시중은행은 금융당국에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2% 안팎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4.0%에 이르는 상황에서 절반 수준에 그치는 수치다. 전통적으로 은행들은 명목 성장률 수준에 맞춰 증가율 목표를 제시해왔지만, 정부가 부동산 중심 대출 축소와 생산적 금융 확대를 강조하고 있어 내년에는 예외적인 형태로 낮은 목표 설정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금융이 집이나 땅을 담보로 잇속만 챙기기보다는 기업 등 생산적인 영역에 자금을 흘러보내야 한다”며 기존 금융 관행에 대한 지적을 내놓았다. 정부 역시 가계대출 억제를 통해 부동산 시장 안정과 함께 기업 대출 중심의 자금 배분으로 전환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명확히 하고 있다.
이미 연말 들어 가계대출 증가는 사실상 멈춘 상태다. 12월 들어 5대 은행의 전체 가계대출 잔액은 1천423억 원 늘어나는 데 그쳤으며, 하루 평균 증가액도 79억 원으로 전달인 11월의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은 전달 말보다 2천617억 원 줄어, 이달 말까지 이 흐름이 계속되면 약 1년 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반면 신용대출은 같은 기간에 5천302억 원 증가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였다.
이러한 경향은 향후에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와 은행권이 뜻을 모아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대신 생산적인 금융으로 방향을 트는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부동산 관련 대출 수요에는 제동을 걸지만, 반대로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 등이 자금을 확보하기에는 유리한 여건이 마련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