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시중 통화량은 저축성예금을 중심으로 소폭 늘면서 넉 달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한국은행이 15일 발표한 ‘통화 및 유동성’ 통계에 따르면 2026년 2월 평균 광의 통화량(M2·평잔)은 4천114조원으로, 1월보다 6천억원 증가했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예금 같은 바로 쓸 수 있는 자금뿐 아니라 머니마켓펀드(MMF), 2년 미만 정기 예·적금, 양도성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RP) 등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까지 포함하는 지표다. 시중에 얼마나 많은 유동성이 풀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잣대로 쓰인다.
이번 증가세는 저축성예금의 움직임이 주도했다. 금융상품별로 보면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이 한 달 새 4조5천억원 늘었는데, 이는 지방정부가 예산을 실제 집행하기 전에 잠시 보관해 둔 대기성 자금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시장형 상품은 3조7천억원 감소했다. 한국은행은 자금 조달 여건이 나빠지고 금융기관의 조달 수요도 줄면서 양도성예금증서 발행량이 감소한 점을 주요 배경으로 설명했다. 같은 통화량 안에서도 자금이 어디에 머무느냐에 따라 금융시장 분위기와 자금 운용 방식이 달라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경제 주체별로는 돈의 흐름이 엇갈렸다. 비금융기업에서는 유동성이 5조원 늘었고, 기타금융기관에서도 9조4천억원 증가했다. 반면 가계와 비영리단체는 10조5천억원 줄었다. 기업과 금융권에선 대기성 자금이 다소 쌓인 반면, 가계 부문에서는 소비나 투자, 대출 상환 등의 영향으로 여유자금 규모가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금리 수준과 경기 여건, 자금시장 상황이 경제 주체별 현금 보유 행태에 서로 다른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다 좁은 의미의 통화량인 M1은 1천357조8천억원으로 전월보다 0.1% 증가했다. M1은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예금처럼 결제에 바로 쓸 수 있는 돈만 묶어 본 지표다. M1과 M2가 함께 늘었다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시중 유동성이 크게 위축되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증가 폭 자체는 크지 않은 만큼, 앞으로도 재정 집행 속도와 예금 상품 선호 변화, 금융기관의 자금 조달 여건에 따라 통화량 흐름은 완만한 수준에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