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뉴욕 역외차액결제선물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국내 현물환 시장의 흐름과 큰 폭으로 어긋나면서, 이 격차가 다음 날 서울외환시장 개장가에 반영돼 환율 변동성을 키운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외환시장 원/달러 환율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한 적정 차액결제선물환 환율과 실제 뉴욕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 최종 호가의 차이는 하루 평균 12.2원이었다. 차액결제선물환은 실제 원화를 주고받지 않고 만기 시점의 환율 차이만 정산하는 선물환 거래로, 외국인 투자자의 환헤지 수단으로 많이 쓰이지만 투기적 거래도 적지 않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통상 이 시장의 환율은 다음 날 국내 시장의 초반 방향을 가늠하는 참고지표로 여겨진다.
문제는 지난달 격차가 평소보다 유독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다. 이 차이는 2020년 12월 이후 5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었다. 평소에는 적정 환율과 실제 호가의 차이가 하루 평균 2~5원 안팎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고, 대외 불안이 있었던 지난해 4~5월에도 8원대 수준이었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중동 전쟁 발발 등 굵직한 해외 변수가 서울 시장이 문을 닫은 뒤 야간과 주말 시간대에 잇따라 나오면서, 역외 시장이 이를 먼저 가격에 반영한 결과로 보고 있다. 현물환과 차액결제선물환은 차익거래 때문에 보통 큰 폭으로 벌어지기 어렵지만, 국내 시장이 닫힌 시간에는 역외 시장이 사실상 먼저 반응하게 된다.
이런 괴리는 실제 국내 환율의 출렁임으로 이어졌다. 지난달 서울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 개장가는 전날 종가와 하루 평균 10.8원 차이를 보여 2010년 5월 이후 가장 큰 변동성을 기록했다. 일평균 변동률도 0.73%로 같은 기준에서 2010년 5월 이후 가장 높았다. 이는 국내 수출입 기업의 실제 달러 수요와 공급보다, 밤사이 해외에서 형성된 기대와 불안 심리가 다음 날 아침 환율에 먼저 반영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시장 전문가들은 차액결제선물환 시장이 실물 거래보다는 차익 정산 중심으로 움직이는 만큼 외부 충격에 더 민감하다고 본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이 시장이 실수요 수급이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여서, 외환당국의 직접 규제가 닿지 않는 야간 역외 거래의 흐름이 다음 날 국내 장으로 넘어온다고 설명했다. 최근 인사청문회에 나온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도 지난달 환율 급변의 배경으로 차액결제선물환을 포함한 역외 거래를 지목하며, 장부 밖 파생상품 거래가 많아지면서 작은 시장의 움직임이 본시장에 영향을 주는 이른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지정학적 충돌이나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이 야간에 불거질 때 반복될 가능성이 있으며, 원화 거래의 제도권 편입과 시장 감시 체계 보완 논의도 함께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