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가증권시장 상장 리츠인 제이알글로벌리츠가 400억원 규모의 사채를 갚지 못하면서 기업 회생 절차를 법원에 신청했다. 국내 상장 부동산투자회사(리츠)가 회생절차에 들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부동산 경기와 해외 자산 가치 변동, 자금 조달 여건 악화가 한꺼번에 겹친 사례로 받아들여진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4월 28일 공시를 통해 지난 27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신청 이유를 경영 정상화와 계속기업으로서의 가치 보존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직접적인 계기로 400억원의 사채 원리금 미지급이 발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회사는 앞서 같은 날 상환 자금이 부족해 해당 채무를 제때 갚지 못했다고 공시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해외 부동산 자산의 가치 하락이 자리하고 있다. 제이알글로벌리츠는 2020년 상장한 해외 부동산 공모 리츠로, 주요 자산을 바탕으로 임대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구조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6일 현금 유보 이벤트가 발생했다고 공시한 뒤 배당 축소 우려로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짧은 기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전자단기사채와 회사채를 새로 발행해 막는 차환 위험도 빠르게 커졌다고 분석했다. 현금 유보는 통상 대주단이 대출 약정 조건이 깨졌다고 판단할 때 현금 흐름을 묶는 조치인데, 이번에는 해외 자산 가치가 내려가 담보인정비율(LTV·담보가치 대비 대출 비율)이 약정 기준을 넘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회사 측은 자금 사정 악화를 막기 위해 2026년 초 보통주 신주 발행으로 1천200억원을 조달하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자금은 유로화 환율 급변으로 늘어난 자회사 환헤지 계약 정산금 보충, 벨기에 파이낸스 타워의 시설투자 재원 마련, 차입금 상환 등에 투입할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는 유럽 현지 대주단 일부가 감정평가 과정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를 근거로 파이낸스 타워가 현금 유보 사유에 해당한다고 일방 통보하면서 통상적인 자본시장 자금 조달이 막혔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영국 상업법원에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 관리 아래 채권단과 협의를 시도하는 에이알에스(ARS·자율구조조정지원) 절차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투자자 부담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는 27일 정규장 마감 뒤 제이알글로벌리츠의 매매 거래를 정지하고 관리종목으로 지정했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해 말 2천800원에서 4월 27일 1천182원까지 급락했지만, 시가총액은 여전히 2천333억원 수준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소액주주는 2만8천여명이며, 이들이 전체 주식의 70% 이상을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츠가 비교적 안정적인 배당 상품으로 인식돼 개인투자자 자금이 많이 들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개별 기업 부실을 넘어 공모 리츠 시장의 신뢰 문제로 번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해외 부동산을 편입한 리츠의 자산 재평가, 환율 변동 대응 능력, 차입 구조의 안정성에 대한 점검을 더 강화하는 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