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는 28일 아랍에미리트(UAE)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핵심 쟁점에서 막히면서 오히려 상승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배럴당 111.26달러에 거래를 마쳐 전장보다 2.8% 올랐다. 브렌트유는 7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도 배럴당 99.93달러로 3.7% 상승했다. 장중에는 지난 4월 13일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100달러선을 웃돌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원래 UAE의 OPEC 탈퇴가 유가를 낮추는 재료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UAE는 다음 달 1일부터 OPEC과 OPEC플러스(OPEC과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에서 빠지겠다고 밝혔다. OPEC 12개 회원국 가운데 산유량이 세 번째로 많은 국가가 이탈하면 사우디아라비아 중심의 감산 공조 체제에 균열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이런 변화는 산유국 간 결속 약화, 나아가 증산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장에 하락 압력을 주는 요인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중동의 실제 공급 차질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다. 미국과 이란은 휴전 상태를 이어가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운항 문제와 이란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미국의 이란 항만 봉쇄 해제를 맞바꾸는 이른바 중간 합의를 제안했고, 핵 문제는 후속 협상으로 넘기는 방안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 소식통은 이런 방식이 핵 협상을 사실상 뒤로 미루는 성격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수송의 핵심 통로여서 이곳의 불확실성은 공급 확대 기대를 상쇄하는 강한 변수로 작용한다.
어게인 캐피털의 존 킬더프 파트너도 로이터통신에 비슷한 진단을 내놨다. 그는 통상적 상황이라면 UAE 탈퇴 소식이 원유시장에 매도 압력을 키웠겠지만,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환경에서는 추가 공급이 생겨도 시장에 원활히 풀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결국 시장은 산유국 체제 변화 자체보다 실제로 석유가 이동할 수 있는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은행은 이날 보고서에서 가장 심각한 차질이 5월에 끝나고 호르무즈 해협 해상 운송이 올해 말까지 전쟁 이전 수준으로 점차 회복된다는 가정 아래에서도 올해 에너지 가격이 24% 올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현재의 유가 상승이 단순한 하루짜리 변동이 아니라 지정학적 긴장과 물류 차질이 결합된 구조적 불안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중동 협상 진전 여부와 해협 운항 정상화 속도에 따라 국제 유가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