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채가 세계국채지수에 편입된 뒤 한 달 동안 외국인의 국고채 매수와 보유 규모가 함께 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 자금 유입 효과가 나타났다.
1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계국채지수 편입이 시작된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27일까지 외국인의 국고채 순매수 규모는 체결 기준 10조원, 결제 기준 7조9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세계국채지수는 주요 글로벌 채권 투자자들이 운용 기준으로 삼는 대표 지수여서, 편입 자체만으로도 해외 자금이 국내 국채시장으로 들어오는 통로가 넓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순매수 규모는 4월 1일까지 4조4천억원, 13일까지 7조7천억원, 21일까지 8조5천억원으로 점차 불어나며 꾸준한 유입 흐름을 보였다.
외국인 보유잔고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연합인포맥스 집계 기준 외국인의 국고채 보유잔고는 3월 30일 297조1천636억원에서 4월 29일 306조7천434억원으로 3.3% 늘었다. 앞서 3월 20일에는 295조5천4억원까지 줄어든 적이 있었지만, 지수 편입 이후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감소분을 만회한 것이다. 보유잔고 증가는 단순한 단기 거래보다 해외 투자자금이 실제로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만기별로 보면 외국인은 중기물과 장기물을 고르게 사들였지만, 특히 5년물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 신한투자증권 분석에 따르면 3월 31일부터 4월 29일까지 외국인은 5년물을 3조5천6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어 10년물 1조8천900억원, 30년물 1조8천억원, 2년물 1조6천900억원, 20년물 1조300억원, 3년물 7천400억원 순이었다. 장기물 비중이 함께 커졌다는 점은 한 번 들어온 자금이 비교적 오래 머물 가능성을 높인다는 의미가 있다. 채권의 만기가 길수록 투자금이 단기간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의 평가는 다소 신중하다. 애초 세계국채지수 편입 효과로 연내 500억~600억달러, 원화로 약 74조~89조원 규모의 패시브 자금(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자금)이 유입될 것으로 예상됐고, 이를 11월까지 8개월의 편입 기간으로 단순 계산하면 월평균 8조~9조원 수준이 들어와야 한다는 전망이 나왔다. 이런 기준으로 보면 4월 순매수 10조원은 대체로 예상 범위에 들어가지만, 기대를 크게 웃돌 정도는 아니라는 해석이 많다. 특히 외국인 자금은 지난해부터 이미 국내 채권시장에 유입돼 왔기 때문에, 이번 증가분만 떼어내 세계국채지수 효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자금 유입 속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통상 세계국채지수 관련 자금은 연말과 연초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고, 5월에는 지수 내 한국 비중이 더 높아지는 일정도 잡혀 있다. 황순관 기획재정부 국고실장도 지난 4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세계국채지수 상시점검 및 투자유치 추진단’ 회의에서 이번 주부터 자금 유입이 본격화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증권가에서는 일본계 자금 등이 금리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 시점을 조정하고 있을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6월 이후 추가 유입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외국인 자금이 단기 차익보다 중장기 투자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그에 따라 국내 국채시장 안정성과 대외 신뢰도도 한층 높아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