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2%를 웃돌 것으로 전망하면서, 예상보다 강한 1분기 성장과 수출 회복세를 바탕으로 경기 판단에 다소 자신감을 드러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재정경제부 기자단 간담회에서 올해 성장률이 2%를 상회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 즉 국내에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전체 부가가치를 뜻하는 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7%로 집계돼 시장 예상을 크게 넘어섰고, 최근 주요 투자은행들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높이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실제로 2%를 얼마나 더 웃돌지는 반도체 경기의 회복 강도와 중동 전쟁에 따른 대외 변수 영향을 함께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보다 구체적인 수치를 6월 하반기 경제성장전략 발표 때 제시할 예정이다.
정부가 성장 전망을 높여 보는 배경에는 수출과 외환 사정의 개선이 자리하고 있다. 구 부총리는 수출 호조에 힘입어 경상수지가 2월과 3월 역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경상수지는 상품과 서비스, 본원소득 거래를 종합한 대외 거래 성적표로, 흑자가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이 많았다는 뜻이다. 그는 국제 비교가 가능한 1월과 2월 기준으로 한국의 경상수지 순위가 세계 7위에서 5위로 올라 일본과 이탈리아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3월 말 1,530원대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470원대로 내려온 데 대해서는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된다고 전제하면서도, 한국 경제 전반에 외화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재정 운용에 대해서는 건전성을 유지하되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조정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구 부총리는 지난해 정부부채 비율이 선진 38개국 평균보다 낮고, 순부채 비율도 선진국 평균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언급했다. 국제통화기금, 즉 IMF도 한국의 재정 여력과 재정 건전성 유지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해 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단순히 지출을 아끼는 데만 집중하면 의무 지출을 제외한 재량 지출이 줄어 투자 여력이 약해지고, 결국 세수 기반이 흔들리면서 재정 적자가 되레 커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잠재성장률 제고, 양극화 완화, 인구구조 변화 대응에 필요한 분야에는 재정을 쓰되, 동시에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방만 재정으로 흐르지는 않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하반기에는 중동 전쟁 이후의 공급망 재편과 에너지 안보, 산업 대전환에 대응하는 정책이 성장 전략의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구 부총리는 특히 반도체 이후를 이끌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겠다고 예고했다. 아울러 인공지능 전환, 즉 AX와 녹색 전환, 즉 GX를 제조업과 산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접목해 한국 산업이 세계적인 모범 사례가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금의 성장 반등이 반도체와 수출에만 기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반도체 경기와 중동 정세, 환율 안정 여부에 따라 속도가 달라질 수 있지만, 정부가 6월 발표할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