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경제가 2026년 1분기에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중동발 에너지 충격 속에서도 경기의 기초 체력이 예상보다 버텼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통계청은 14일 1분기 국내총생산이 전 분기보다 0.6%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4분기 0.2% 성장보다 높은 수치로, 로이터 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와도 같은 수준이다. 월별로 보면 3월 국내총생산도 전월 대비 0.3% 증가해, 0.2% 감소를 예상했던 시장 전망을 웃돌았다. 분기와 월간 지표가 모두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오면서 경기 둔화 우려를 일정 부분 덜어준 셈이다.
이번 성장의 밑바탕에는 서비스업, 제조업, 건설업이 고르게 힘을 보인 점이 있다. 특히 영국 경제에서 비중이 큰 서비스 부문은 1분기에 0.8% 성장해 전체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통상 국내총생산은 한 나라 안에서 일정 기간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를 합한 지표인데, 서비스업이 강하면 소비와 기업 활동이 함께 버티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에너지 가격 불안과 대외 불확실성에도 내수가 급격히 식지 않았다는 점은 영국 정부로서는 반길 만한 대목이다.
정치적으로도 이번 수치는 키어 스타머 총리와 노동당 정부에 숨통을 틔워주는 재료로 받아들여진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정부의 경제 계획이 효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이란 전쟁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영국 경제가 더 강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지방선거 참패 이후 스타머 총리를 둘러싼 당내 압박이 커진 상황을 감안하면, 경제 지표 개선은 정부가 정책의 정당성을 방어할 수 있는 드문 근거가 된다.
다만 성장 지표가 좋아졌다고 해서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가장 큰 변수는 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다. 국제유가 상승은 연료비와 운송비, 생산비를 밀어 올려 전반적인 물가상승률을 자극할 수 있다. 스콧 가드너 제이피모건 개인투자 전략가는 이런 성장 모멘텀이 연중 계속 이어질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에너지 가격 급등이 물가를 다시 끌어올릴 가능성을 경고했다. 결국 지금의 성장세가 실질적인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물가가 다시 불안해지지 않는지가 핵심 조건이 된다.
통화정책도 이런 부담을 반영하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금리를 연 3.75%로 동결하면서, 중동 전쟁 여파로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경우 이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음 통화정책위원회 금리 결정은 6월 18일 예정돼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영국 경제가 성장과 물가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단기적으로는 예상 밖의 성장세가 정책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만, 유가와 물가가 다시 뛰면 금리 인하 기대는 약해지고 경기 회복 속도도 제약을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