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가능성에 대응해 긴급조정권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2005년 이후 21년 만에 이 제도가 실제로 다시 사용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발표한 삼성전자 관련 대국민담화에서, 파업이 국민경제에 큰 피해를 줄 우려가 현실화하면 긴급조정을 포함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는 18일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을 다시 열 예정인데, 정부는 이를 사실상 파업을 막을 마지막 협상 기회로 보고 있다. 반도체와 전자산업은 수출과 생산 연쇄효과가 큰 분야인 만큼, 대형 사업장의 장기 파업이 발생하면 협력업체와 공급망 전반으로 충격이 번질 수 있다는 점이 정부 판단의 배경으로 읽힌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한 제도로, 쟁의행위가 공익사업과 관련돼 있거나 규모와 성격상 국민경제를 현저히 해치고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결정할 수 있다. 일단 발동되면 파업은 즉시 중지돼야 하고, 노동자들은 현장에 복귀해야 하며 30일 동안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이나 중재 절차에 들어가는데, 조정이 성립하면 단체협약과 같은 효력을 갖고, 조정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중재재정으로 넘어가 강제력이 생긴다. 다시 말해 긴급조정권은 단순한 중재 권고가 아니라 파업을 멈추게 하고 분쟁 해결 절차를 정부 주도로 전환하는 강한 수단이다.
다만 이 제도는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3권, 그중에서도 단체행동권을 직접 제한한다는 점에서 항상 논란이 뒤따랐다. 국제노동기구(ILO)도 긴급조정권 제도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고, 노동계 역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발동 시점을 두고도 해석이 엇갈린다. 법 조문에 있는 ‘위험이 현존하는 때’라는 표현 때문에 파업이 시작된 뒤에만 가능하다는 견해가 있는 반면, 파업 이전에도 피해가 충분히 예견되면 선제적으로 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일단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적용 요건과 파장에 대한 실무 검토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전해진다.
긴급조정권은 1963년 제도 도입 이후 지금까지 단 4차례만 발동됐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1993년 현대그룹노조총연합, 2005년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사례가 전부다. 이 가운데 대한조선공사와 현대그룹노조총연합은 발동 뒤 노사 합의로 파업이 정리됐고,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은 중재재정으로 마무리됐다. 정부가 그만큼 사용에 신중했다는 뜻이다. 2016년 현대자동차 노조 파업 당시에는 발동 예고만으로 협상이 타결된 적도 있었다. 이번 삼성전자 사례에서도 정부의 강경한 경고가 실제 발동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협상 타결을 끌어내는 압박 카드에 그칠지가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대형 제조업 노사분규에서 정부가 경제안정과 노동권 보장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지 가늠하는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