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이 2026년 1분기 말 기준 0.60%로 올라 5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경기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실채권을 새로 정리하는 속도보다 쌓이는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은행권 자산건전성에 대한 경계감이 한층 커진 모습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17조7천억원으로, 지난해 말 16조6천억원보다 1조1천억원 늘었다. 부실채권비율도 같은 기간 0.57%에서 0.60%로 0.03%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1년 3월 말 0.6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며, 부실채권 총액으로는 2019년 3월 18조5천억원 이후 최고치다. 금융감독원은 1분기 중 부실채권 상각·매각 규모가 줄어들면서 잔액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상각과 매각은 은행이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한 채권을 장부에서 덜어내거나 외부에 넘겨 건전성을 관리하는 절차다.
눈에 띄는 부분은 기업대출 쪽 부담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기업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74%로 지난해 말보다 0.04%포인트 올랐다. 특히 대기업여신은 0.50%로 0.01%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중소기업여신은 0.88%로 0.05%포인트 올랐다. 중소법인은 1.03%, 개인사업자여신은 0.66%로 각각 상승했으며, 개인사업자 부실채권비율은 2015년 3월 0.71%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 부담과 내수 둔화, 원가 상승이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더 크게 작용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가계대출도 다소 나빠졌지만 기업대출보다는 상승 폭이 작았다. 가계여신 부실채권비율은 0.32%로 0.01%포인트 올랐고, 주택담보대출은 0.22%, 기타 신용대출 등은 0.66%로 각각 상승했다. 반면 신용카드채권 부실채권비율은 1.82%로 0.02%포인트 하락했다. 1분기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5조5천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4천억원 줄었지만, 같은 기간 부실채권 정리 규모도 4조4천억원으로 1조3천억원 감소했다. 새로 생기는 부실은 조금 줄었어도 정리 속도가 더 크게 둔화하면서 전체 부실채권 잔액은 오히려 불어난 셈이다.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대손충당금 잔액은 26조7천억원으로 전 분기 말과 같았지만, 이를 부실채권으로 나눈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50.4%로 9.9%포인트 떨어졌다. 대손충당금은 부실이 현실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준비금인데, 적립률이 낮아졌다는 것은 부실채권 증가 속도를 충당금이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부실채권비율과 연체율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고, 은행별 충당금 적립 현황과 부실채권 상각·매각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건전성 관리 과정에서 개인채무자 등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살피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흐름은 경기 회복 속도와 기업·가계의 상환 여건에 따라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 부문이 은행권 건전성의 핵심 점검 대상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