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마이클 바 이사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은행 규제 완화가 단기적으로는 경기와 시장에 힘을 보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금융 시스템 전반의 부담과 사회적 비용을 키울 수 있다고 6일(현지시간) 경고했다.
바 이사는 이날 워싱턴DC에서 열린 아메리칸대 공개 행사에서 최근 연준과 다른 규제기관의 조치가 은행의 안전성과 건전성을 약화시키고 금융 안정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규제를 느슨하게 풀었을 때 나타나는 취약성은 당장 겉으로 드러나지 않을 수 있지만, 몇 년에 걸쳐 문제를 쌓아 결국 실물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 규제는 평상시에는 비용처럼 보이지만, 위기 때 손실을 줄이는 안전장치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이번 발언은 미국이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사태를 겪은 뒤 강화하려 했던 은행 건전성 규제의 방향이 다시 바뀌고 있는 시점에 나왔다. 당시 미국 감독당국은 대형 은행이 예상치 못한 손실을 버틸 수 있도록 자본 요건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했다. 자본 요건은 은행이 위기에 대비해 얼마나 두꺼운 손실 흡수 여력을 갖춰야 하는지를 정하는 기준이다. 바 이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전까지 연준에서 금융감독 부문을 총괄하는 부의장을 맡아 이런 강화안을 주도한 인물이다.
하지만 월가 대형 은행들은 자본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되면 대출과 시장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해왔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을 규제 완화론자인 미셸 보먼 부의장으로 교체했고, 연준의 기조도 점차 완화 쪽으로 이동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보완적 레버리지비율, 즉 에스엘아르(SLR·은행이 자산 규모에 비해 얼마나 충분한 자본을 쌓아야 하는지를 보는 규제) 기준 조정이다. 연준은 이를 포함해 대형 은행의 자본 부담을 덜어주는 방향의 개편을 추진해왔고, 지난 3월에는 기존보다 대폭 완화된 자본규제 개편안을 채택해 현재 의견수렴 절차를 진행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규제 완화로 대형 은행의 여유 자금이 늘어나면 미국 국채 매입이 확대되고, 그 결과 국채 금리도 낮아질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국채 금리가 내려가면 정부의 자금 조달 부담이 줄고 시중 금리에도 일정한 완화 효과가 퍼질 수 있다. 다만 바 이사의 지적처럼 자본 규제를 풀어 얻는 단기적 효과가 장기적 금융 불안으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 금융당국이 경기 부양과 금융 안정 사이에서 어느 쪽에 무게를 둘지에 따라 규제 방향과 시장 반응이 계속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