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1일 중동 지역 긴장 고조와 외국인 주식 매도세가 겹치면서 장중 1,530원대까지 다시 올랐다. 대외 불안이 커질 때 달러를 찾는 흐름이 강해지는 데다, 국내 증시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 영향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후 3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주간 종가 1,524.2원보다 4.7원 오른 1,528.9원으로 집계됐다. 개장 직후에는 1,523.0원까지 내려가며 비교적 차분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상승 방향으로 돌아서 주간 거래 마감을 앞두고 1,530.2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로써 주간 종가 기준으로는 18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이어갔다.
환율을 밀어 올린 가장 큰 배경은 위험 회피 심리다. 미국이 아파치 헬기 격추에 대응하겠다며 이틀 연속 이란을 공격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전면 폐쇄로 맞서는 양상이 이어지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경로여서, 이 지역의 충돌은 에너지 가격과 물가, 교역 여건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로 연결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 수요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국내 증시에서 이어진 외국인 자금 이탈도 원화 약세를 부추겼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천26억원을 순매도하며 24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을 팔아 자금을 회수한 뒤 달러로 바꿔 나가면 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수요가 늘어나 환율이 오르기 쉽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오후 3시 30분 기준 99.991로 전일 같은 시각보다 0.13 올라, 글로벌 차원에서도 달러 강세 분위기가 이어졌음을 보여줬다. 같은 시각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2.11원으로 1.71원 올랐고, 엔/달러 환율은 160.571엔으로 집계됐다.
다만 환율 상승 폭은 비교적 제한됐다. 시장에서는 외환 당국이 과도한 쏠림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신호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전날부터 주요 외국환은행을 상대로 외환 공동 검사에 들어갔고, 정부는 국가정보원·국세청·관세청 등과 함께 꾸린 불법 외환 거래 대응 체계도 상시 운영하기로 했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수출 기업들에 수출 대금을 신속히 환전해 국내로 들여오는 데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조치는 시장에 달러 공급을 늘리고 투기적 거래를 억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실제로 외환 거래량은 이날 88억6천300만달러로, 시장 참가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2거래일 연속 많지 않은 수준에 머물렀다.
결국 지금 외환시장은 중동 정세, 외국인 자금 흐름, 당국 대응이라는 세 축이 동시에 환율을 움직이는 국면으로 볼 수 있다. 당분간 지정학적 불안이 진정되지 않고 외국인 순매도가 이어지면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은 계속 남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당국의 개입 경계감과 수출업체 달러 매도 물량이 맞물리면 급격한 상승은 제어될 수 있어, 시장은 한동안 높은 수준의 환율과 큰 변동성 속에서 방향을 탐색할 가능성이 있다.

